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행복수집러 May 07. 2020

내 인생 최고의 거짓말

적절한 거짓말은 가정을 화목하게 만든다


띠리리링~

10년 전 어느 날. 사무실에 있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울음) "여보.. (울음) 여보.."

"왜 무슨 일 있어?"

(울음) "여보 나 어떻게.. 나 사기당했어. 2천만 원.."(울음)

"뭐? 사기? 자기 괜찮아?"


전화를 받고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가니 장모님이 와 계셨고 와이프가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사연인즉슨 집에서 육아휴직 중이었던 와이프가 인터넷뱅킹을 하려고 컴퓨터에 접속을 하였는데, 은행 사이트에서 인증서 갱신이 필요하므로 비밀번호 카드 번호를 전부 입력하라고 안내를 하더란다. 별 의심 없이 인증서 비밀번호를 모두 다 입력했더니, 마이너스 통장에서 2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빠져나간 것이었다.


실제로 말로만 듣던 인터넷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으이그.. 화를 내고 싶었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인 것 같아 와이프를 위로하고 함께 은행과 경찰서에 가서 사고 접수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은행 담당 과장과 경찰서에서는  "노력은 하겠지만 대게 이런 경우는 돈을 찾기는 힘들다"라고 하였는데, 진짜 범인도 못 잡고 돈도 못 찾았다. ㅠㅠ


2천만 원은 우리에게 큰돈이었기에 와이프가 느끼는 자책감도 컸을 거라고 생각된다. 내 기억에 와이프는 그날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 일을 겪었을 때 나는 와이프를 책망하지 않고.. 그저 괜찮다고만 했다.

"그깟 2천만 원이야 나중에 벌면 되고 나는 자기가 더 소중하다."라고


내 속도 전혀 편치 않았지만 괜찮은 척 의연한 척했다.

이것이 내 인생 최고의 거짓말이다.

돈은 잃었지만 배우자를 지켜내기 위한 일이었다.


<적절한 거짓말은 가정을 화목하게 만든다>


나도 그렇고 와이프도 그렇고 겉으로는 똑똑한 척은 다하면서 잘 속고 살아왔다.


나는 군대 다녀와서 다단계 사기도 당해보고, 막노동하면서 번 월급도 떼어 먹혀 봤다. 크지는 않지만 소소한 사기에는 내성이 있다. 거기다 울 와이프도 시원하게 한 번 말아 드신 후 더 강한 여성이 되셔서 우리 가정 경제를 잘 챙기고 있다. 공직자 재산 신고할 때 보니까 빚이 거의 없었다. 와우~!! 물론 가진 것도 없다.


실제 2천만 원 사기당해 보았지만 그 돈 없어도 잘 살아진다.


오히려 적정한 사기는 우리를 더 강하게 더 잘 되게 해 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오히려 우리 부부 사이가 더 좋아졌고, 지금도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와이프가 자주 하는 말이 '행복해'다. 나도 그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설령 이게 울 와이프의 거짓말일지라도 좋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의심하고,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신경 쓰며 사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나는 직업적으로 감사업무를 많이 접해봐서 그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지치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남을 의심하고 관찰하고, 잘못을 지적할 시간에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더 믿어주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 답인 것 같다.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울까?


누군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가진 것이 있고, 그만큼 잘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악의가 없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소한 거짓말은 알아도 그냥 넘어가 주자.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모르는 척해줘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2천만 원 정도는 괜찮다.



<그래도 나쁜 거짓말을 하면 세일러문이 용서하지 않을지도 몰라>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매일 운동, 독서, 글쓰기 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