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뭐 별거냐?
오늘은 아내가 없다.
아들 둘과 나를 남겨 두고 가출을 했기 때문이다.
직장 선후배들과 글램핑장에 가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어쨌든 집을 나섰으니 가출은 가출이다.
아내가 없는 하루의 시작은 역시 뭘 먹을까?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 3부자는 진지한 회의를 시작한다.
큰아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단다.
"아빠 떡볶이 2인분에 라면 사리, 김밥 하나에 우동 먹으면 딱 이예요!"
역시 초등학교 4학년쯤 되니 확실히 자기 주관이 서는 모양이다.
"아들아 넌 다 계획이 있구나!"
그럼 오늘은 차를 타지 않고 1km 거리를 걸어가 보기로 한다. 이것도 "나름 여행"이라면서 3부자는 거리를 나선다.
날씨가 꽤 화창해 모두들 걸쳐 입었던 잠바를 벗어 버렸다.
길을 걸으면서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종알대기 시작한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제주도? 괌? 베트남?"
전에 다녀왔던 여행지 이야기를 하느라 분주하다.
"괌에서 물고기 빵 주면 물고기들이 막 몰려와서 재밌었다." "베트남에는 슬라이드가 엄청 길어서 엘 프리모~를 외치면서 미끄럼을 탔는데 다른 아이가 이걸 보고 따라 했다"느니 각자 기억 속 즐거운 추억들을 소환하기 바쁘다.
나는 개인적으로 밖으로 나다니는 것보다는 집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복잡한 상황들을 생각할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여행은 정말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떡볶이를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큰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래 여행 뭐 별거냐? 앞으로 여행을 더 좋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하루다.
추신) 여보 빨리 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