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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Aug 17. 2020

도망쳐도 괜찮아

피할 수 있을 때는 피하고, 피할 수 없을 때는 즐겨라!

"팀장님. 저 장기연수 신청해도 될까요."

작년 10월쯤 내가 감사팀장님께 드렸던 말이다.


당시 나는 감사팀에서 매일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쉬는 날이 없이 회사로 출근하곤 했다.

오죽했으면 가족끼리 가는 해외여행도 업무 일정으로 가지 못하고 야근을 했었다.

일을 우선하는 삶이 조직과 나의 승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 지긋지긋한 야근 지옥을 벗어나고 싶었고, 책도 읽으며 가족들과 함께 좀 편하고 즐겁게 살고 싶었다. 내가 빠지면 팀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과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욕을 먹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말한 것이었다.


솔직히 나를 살뜰히 챙겨주시던 팀장님 깨서 "안 돼."라고 했다면 군말 없이 그냥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팀장님은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나는 팀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감사팀에서 나올 수 있었다. 팀장님도 나와 손에 손 잡고 장기연수를 가셨지만 말이다.(팀장님도 다 계획이 있으셨던 거 같다)


나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나가면 어떻게 해. 안 가면 안 돼?"

"나는 승진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남 눈치 보느라 이러고 있는데, 정말 부럽다~"


나가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미안한 마음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더 컸던 것은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한다. 쏴리~!!

어떻게 보면 배신이고, 현실에서의 도피이기도 한 나의 과감한 결정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베리 굿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군대 격언 중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 줄을 더 넣어보고 싶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을 때는 즐겨라"


정말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될 때는 남의 눈치보지말고 과감하게 행동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행동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경우에는 '즐기는 자 모드'를 발동시키자. ㅎㅎ

남의 눈치보며 '그냥 그냥' 사는 삶에서 탈피했으면 좋겠다. 이는 언젠가 겉잡을 수 없는 화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이시하라 가즈코의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에 이러한 말이 나온다.

"도망친다고 해서 지는 것은 아니야. 도망쳐도 괜찮아!"

도망쳐도 괜찮아!!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을 때 '이건 아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싶으면 나의 인생을 위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난 못해요!"



마지막으로  이규경 시인의 <용기>라는 시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 해요.


2020. 8. 17. (월)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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