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휴가를 내고 건강검진을 받는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작은 아들의 결혼식 안내를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신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재성♡지민의 모바일 청첩장입니다.”
김겸호 드림
김겸호 주무관님.
내가 도촌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너무 성실하시고, 훌륭한 인품을 지니셔서 내가 너무 좋아하던 주무관님(직원들에게 낮에는 김 주무관님 믿고 따르면 된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이신데 이번에 둘째 아들 결혼식이 있어 쪽지를 보내신 것이었다.
와~ 이게 얼마 만인지.
문자를 받는 즉시 모바일 청첩장에 있는 김겸호 주무관님의 계좌로 축의금을 전송하고, 카톡으로 “주무관님 잘 지내시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드렸다.
전화를 드릴까 했는데 건강검진 중이기도 하고 너무 오랫동안 연락도 못 드린 것이 걸리기도 해서 통화는 하지 않았다.
못 만난 지 꽤 오래되었는데도(한 7~8년은 지난 것 같다) 나를 잊지 않으시고 연락을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집에 있는데 김겸호 주무관님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예전의 김 주무관님의 목소리와 달리 거칠게 들린다.
“주무관님 건강하게 잘 지내셨어요?”
“저 퇴직하고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고생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퇴직을 하신 후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셔서 머리 수술도 2번이나 하시고 많은 고생을 하셨단다. 그래도 지금은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실장님 보고 싶네요. 철원에 오시면 연락해 주세요.”
“네. 철원에 가게 되면 꼭 연락드릴게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아~ 자녀 결혼식이 계기가 되었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좋은 분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나의 단점(이것이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의 하나가 함께 지낼 때는 잘 지내다가도 발령이 나서 떠나면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이 연락한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좁고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나는 누군가에게 연락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타인에게 바라는 것도 없고, 기대도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연락 안 하고 지내는 것이 맘 편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같이 학교에 다니던 고등학교 동창들이나 옛 직장동료, 함께 교육을 받았던 동기 등 나와 친밀하게 지냈던 분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연락 한 번 해볼까?’ 하다가 ‘에이 뭘 하냐?’라며 그냥 흘려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 나이도 40이 훨씬 넘어 조금만 더 있으면 50인데 더 늦기 전에 진짜 잘 지내는지 궁금해해야 할 것 같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해서 “잘 지내요? 그냥 궁금해서 연락했어요”라고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