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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Oct 27. 2021

아빠 공부하지 마요.

뭣이 중헌디?!

“아빠 공부하지 마요.”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내게 와 말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젊음의 원천이자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이라고 하는데, 공부를 하지 말라니!

(어떻게 보면 되게 열심히 하는 것처럼 오해하실 수 있는데. 이날은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들이 아빠 보고 공부하지 말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왜? 아빠 공부하지 말라고 해?”

“같이 놀아요.”     


아들은 ‘아빠 공부하지 말고 우리랑 놀아요!’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저녁 먹고 씻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금세 8시가 넘어간다. 자기 전까지 책도 보고 싶고, 글도 쓰고 싶은데 아들이 놀아달라고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 먼저!

나는 자기 계발도 좋지만, 화목한 가족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공부를 할 날보다는 아들들과 어울릴 시간이 더 적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아들은 장가가면 내 아들이 아니라 그냥 국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흔쾌히 책을 덮는다.


“뭐하고 놀고 싶어”

아들의 표정을 보니 함께 핸드폰 게임을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눈치를 기고

“부루마블 해요.”라고 대답한다.

"그래!"    


결국 아들의 설득에 넘어가 핸드폰에 부루마블 유사품인 ‘프렌즈 마블’ 앱을 깔고 함께 게임을 한다. (결국은 보드게임을 빙자한 핸드폰 게임.  왠지 당한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그때 옆에서 영어 숙제를 하던 둘째가 “아빠. 왜 나만 빼고 해요”라며 우는 흉내를 낸다.

“알았어. 숙제하고 와.”     


이렇게 우리 삼부자는 “으악~ 안돼” “아싸! 랜드마크 건설” “한국으로 오세요”를 연발하며 하하 호호 게임을 한다. 우리 집 최강자이신 와이프님의 “10시 넘었어! 빨리 불 끄고 자”라는 강제 셧다운 때문에 우리의 놀이는 종료되었지만 말이다.     


아빠로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선과제일진대 직장업무와 가사를 했으니 저녁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자 했던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뭣이 중헌디?!”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각각의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가족과의 행복한 순간들이 내 공부보다는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오늘 대 브루마블 승부에서 나는 막내 준서에게 전 재산 100억을 다 털려 너덜너덜해졌지만 이런 사소하지만 즐거웠던 순간이 나와 아이들에게는 100억 이상의 큰 재산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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