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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Nov 14. 2021

이름값 하신 장모님

    

“어 엄마가 왜 안 내려 오지?”

오늘 장모님과 함께 마트에 장을 보기로 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장모님이 계속 통화 중이시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나오신 장모님.

나가려고 하는데 장모님 언니로부터 전화가 와 이야기를 들어주시느라 잠깐 늦었다고 하신다.     


그 이야기를 들은 첫째가 궁금했는지 "할머니네 집은 형제가 몇 명예요?"라고 물어본다.          

"할머니 형제는 다 여섯 명이야. 아들 하나에 딸이 다섯인데, 할머니는 넷째 딸이야."

"와~ 할머니네 대가족이네요. 그런데 너무 많이 낳은 거 아녜요?”

"우리 때는 다 그렇게 많이 나았어. 아들 낳으려고. 할머니 아래 외삼촌 할아버지가 막내아들이야."    

 

그리고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도 나는 이름값은 했어.


그 말에 “하하 진짜 엄마 이름값 했네” 하며 아내가 빵 터진다.

“그러게 장모님 이름값 제대로 하셨네요.”


강부자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응당 짝짓기는 하고 가야지’라고 말했다지만 나는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름값은 하고 가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 장모님이야말로 이름값을 제대로 하셨다.     


우리 장모님의 이름은 김득남

옛날 장모님 집에 딸만 넷이 연달아 나오니 다음에는 반드시 아들을 얻겠다는 장모님 아버지의 굳은 의지의 결과다. 장모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도 장모님 이름 보고 “아이고 이름값을 했네.” 하시며 머리를 꽁하고 쥐어박으셨다고 한다.      


아~ 장모님 아빠 이름 너무 했다. 이게 옛날 아들 선호 사상의 결과다.

옛날 드라마 ‘아들과 딸’에 보면 이제는 우리 집안에 딸은 없다는 의미의 ‘종말이’와 동급의 작명 센스라고나 할까?


장모님은 한때 개명도 고려하셨을 정도로 이름이 맘에 들지 않으셨다는데, 지금은 본인의 이름값은 제대로 한 것 아니냐며 농담도 하신다. 장모님 이름 덕에(때문에?) ‘나는 아들만 둘인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든다.      


이름값. 나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살고 있나?


어렸을 적 내 이름이 무슨 뜻이냐고 어머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내 이름은 할머니께서 다니시던 절의 주지 스님이 지었는데, ‘불공을 닦아 사람들을 널리 편하게 하라’라는 의미로 지으셨다고 한다.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가 이름값을 한다는 뜻이겠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이름값 대출을 많이 못 갚은 것 같다.


뭐 한꺼번에 갚을 수는 없겠지만, 매일매일 매 순간 나와 가족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이름값 대출을 다 갚고 재테크도 가능한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덧대는 글     

우리 독자님들도 꼭 이름값 하시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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