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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힐 Aug 03. 2016

<인천상륙작전>, 이재한 감독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재한 감독의 신작 <인천상륙작전>을 두고 애국심 마케팅에 의지했다거나, 반공주의 영화라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온다. 영화에서 공산주의는 소련 유학파 출신의 북한군 인천지구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을 통해 표현되는데, 림계진은 인민재판이나 공개처형을 서슴지 않으며, 종교를 믿는 이들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잔악한 인물이다. 자연스레 림계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림계진=공산주의’의 등식이 성립될 수 없으므로 ‘림계진에 대한 반감=반공주의’는 아니다.     

<인천상륙작전>의 림계진(이범수)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아는 것’과 ‘하는 것’의 거리     

 영화는 이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이념을 두고 거창하게 논쟁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말하려는 것이 이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몇 차례 나온다. 과거에 소련에서 공산주의를 공부했던 장학수(이정재)와 현재 조선인민군 부대에서 의무병으로 있는 한채선(진세연)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돌아선다.

 영화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영화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인물들의 ‘행위’에 집중한다.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지켜보면 인물의 이념에 대한 태도, 각자의 신념을 짐작할 수 있다. 장학수는 대원들을 구하려하나, 림계진(이범수)은 부하들을 서슴없이 쏴 죽인다. 장학수는 사람을 믿지만, 림계진은 믿지 않는다. 장학수는 ‘개인의 선택’을 말하고, 림계진은 ‘당의 선언’을 역설한다.

 ‘공산주의는 다 같이 나눠 먹자는 거’라는 림계진의 외침은 그래서 공허하다. 그의 ‘다 같이’는 정말 ‘다 같이’가 아니었으니까. 신념과 행위의 거리가 멀고도 멀어 그의 사상은 설득력이 없고 그는 위선자에 불과하다.     


‘국가’와 ‘개인’의 사이     

<인천상륙작전>의 장학수(이정재)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어머니를 지켜드리고 싶다. 장학수가 X-RAY 작전에 자원한 이유다. 자식들에게 쌀을 보내주고 싶어서, 독립운동가 집안의 맥을 잇고자, 말할 수 없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작전에 자원한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나라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물론이나, 그보다 먼저 가족, 소중한 사람이 있다. 소중한 사람은, 나라를 지켜야 할 이유가 된다.

 장학수의 죽음으로, 그리고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의 죽음으로, 전쟁에 참전한 모든 이들, 전쟁에 희생된 모든 이들의 죽음으로 파괴된 것은 비단 죽은 이들의 세계만이 아니다. 그들 곁에 머무는 소중한 이들의 세계도 함께 파괴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어떠한 신분으로든 전시(戰時)의 죽음이 처절하게 안타까운 이유는 개인의 역사, 개인의 소망이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미흡한 구석이 있기는 해도,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나 형제애, 동료애, 그리고 사람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영화에 담은 것은 국가에 앞서 개인을 돌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피가 더 진하다. 영화는 그것을 말하려 한다.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따라서 ‘애국심 마케팅’ 또는 ‘반공주의 영화’라는 평은 어쩐지 부족하게 들린다. 영화는 ‘싸우자’를 외치기보다 ‘싸우지 말자’고 호소하는 편에 가깝다. <인천상륙작전>을 보고난 후 나는 또 다시 평화주의자가 된다. 휴머니스트가 되고 싶어진다. 모든 것에 앞서 사람이 있다.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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