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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힐 Mar 21. 2017


<인턴>, 낸시 마이어스 감독

* 2015. 10. 3 쓴 글입니다.

 나에게, ‘낭만적이다’라는 건 닮고 싶은 무엇이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신작 <인턴>은 참으로 낭만적인 영화다. 앤과 로버트의 투 숏 역시 그렇다. 그래, 주름이 자글자글한 70대 노인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워킹 맘도 얼마든지 낭만적일 수 있다.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언뜻 보기에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베테랑과 아름답고 능력 있는 젊은 CEO의 화려한 뉴욕 라이프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 이 영화는 실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 부족하고, 고단하고, 외로운 이들의 성장 드라마다.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마음을 나누는 방식(Way)이 아름답다.

 애써 상대를 이해하거나 조언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자리에서 상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예를 들면, 친구를 떠나보낸 연인을 위해 기꺼이 장례식장에 동행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첫 데이트일지라도. 상사가 견디지 못해 하는 지저분한 책상을 정리 해주는 정도여도 무난하다. 소소한 이벤트를 선물하고, 그 외의 것은 시간에 맡기는 것. 그것이 그들이 마음을 나누는 방식이다.

 훌륭한 베드 신(?)도 있다. 작은 소요를 겪은 밤, 호텔 침대에 줄스와 벤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함께 앉는다. 비록 떨어져 앉았지만,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보듬는) 여느 베드 신 못잖게 설레고 따뜻하고 푸근하다. ‘거리 두기’의 미학이랄까. 조금쯤 떨어져 자리하는 것, 그럼에도 상대의 눈을 바라볼 것은 잊지 않는 것. 

 영화에서 인물들은 때로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들은, 그래 모든 지나온 삶들에 대한 찬사와 존경이어도 무방하다. 숨죽여 흘렀지만, 부끄럽지 않은 눈물들. 영화가 낭만적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열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삶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릴 자격이 있다.

 그저 살아가기도 쉽지 않은 세상을 모두가 살아가고 있다. 상처받지 않은 자 누가 있으랴. 감히 누군가에게 함부로 마음을 터놓기가 힘이 든다면, 줄스와 벤에게만큼은 털어 보이면 어떨까. <인턴>은 소외되지 않은 채 소외된 모든 이들을 위한 힐링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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