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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힐 Mar 22. 2017

<투 마더스>, 앤 폰테인 감독

불편한 것에 대한 위험한 욕망

* 2015년 10월 20일에 쓴 글입니다.

 나오미 왓츠는, 다가 올 오십 대를 누구보다 우아한 자태로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다. 그녀는 자연스레 나이 들었다. 그녀가 미소 지을 때 눈가에 깊이 자리한 주름이 부드럽게 휘어지는 모양을 보노라면 찬사가 절로 나온다. 중년 여인의 웃음은 그토록 넉넉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는 여전히 소녀 같은 감성을 뿜어내기도 하는데, 같은 여자로서도 마음을 빼앗기고 말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랬기에, 그녀에게 ‘미망인’으로서의 역할은 (미안한 이야기지만) 참으로 잘 어울렸다. 어딘지 모르게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 달까.

나오미 왓츠(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반면에, 친구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로서, 나오미 왓츠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인다. 연기가 어색하다는 말이 아니다. 불편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로맨스의 감정을 나오미 왓츠는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이 영화의 불순한(?) 설정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혹적으로 느껴지는 데에는 그녀의 연기가 한 몫 했다.

 로빈 라이트는, 나오미 왓츠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그녀의 출연작을 몇 편 봤음에도, 그녀가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 것은 나의 공부가 덜 된 까닭이지만, 이 영화 이후 로빈 라이트는 내 뇌리에 또렷이 각인되었다.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가진 그녀는 그럼에도, 때로 나오미 왓츠보다 더 사랑스럽다. 거친 야생마 같은 기운을 가진 젊은 남자가 멈추지 못하고 빠져들고 마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될 만큼.

로빈 라이트(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영화 속에서 로빈 라이트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순간에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보다는 눈빛으로 그녀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토록 마음을 잡아끄는 눈빛이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녀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격정과 혼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설정. 친구의 아들과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이 설정은, 사실 대단히 중요해보이지는 않는다. 사랑을 잃고, 다시 사랑에 빠진 여인들만이 있을 뿐이다. 사랑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여인들의 로맨스이기에, 나도 모르게 연민하고, 투기하게 되어버렸다.

투 마더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나오미 왓츠와 로빈 라이트가 중년의 완숙함으로 승부를 본다면, 이안 역의 자비에르 사무엘과 톰 역의 제임스 프레체빌은 정말, 섹시하기가 그지없다.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처럼, 성숙하지 못해 어딘가 위험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더 꽉 잡아 놓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sons, sun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눈부시게 부서지는 화려한 햇살이 반짝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가히 신의 한 수라 하겠다. 111분의 러닝 타임 내내 바다가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죄(罪)’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을 평온하게 품어내는 그 풍경 덕에 마음이 투명해진다. 풍경만이 아니다. 인물들의 육체를 더없이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담아내었다. 디지털의 방식에서 벗어나 35mm 씨네마 스코프를 고수한 감독의 노고가 빛을 발한다.

Two mothers and..(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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