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디에 Mar 21. 2022

전쟁과 평화 1

레프 톨스토이


1권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하는 18세기 말의 유럽 상황과 러시아의 입장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며, 소설의 주축을 이루는 볼콘스키가, 베주호프가, 로스토프가, 쿠라긴가의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 1805년 12월 2일에 벌어진 아우스터리츠 전투로 끝을 맺는다.








나폴레옹을 동경하며 위기에 빠진 러시아를 구해내고 영웅이 되고 싶은 안드레이, 서자로 태어나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버림받듯 외국으로 보내져 스무 살이 되어서야 고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별안간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백작이 된 피예르,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살면서 독실한 신앙의 힘으로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는 마리야,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고 인정을 받고자 하는 니콜라이, 믿을 구석이라고는 자신의 머리와 능력 뿐이기에 처세에 능할 수 밖에 없는 보리스 등 러시아의 젊은 세대, 그리고 권력과 부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가식과 허위 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혹은 오로지 자신의 신념이 정의라고 믿는 그들의 아버지 즉 기성세대를 만날 수 있다.






1권은 페테르부르크와 전장을 오가며 서술한다. 전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병사들과 페테르부르크에서 연일 야회를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무척 대조적이다. 처세가 능한 바실리 공작은 아들 둘을 모두 안전한 근무지에 안착시켰으니 전쟁터의 상황은 어찌 되든 상관없을 일이었겠지만, 한쪽에서는 아비규환으로 죽어가는 젊은이와 한쪽에서는 벼락부자가 된 젊은이의 곁에서 아첨하는 이들의 모습이 사뭇 씁쓸하기만 하다.


이와 같은 허세와 허위는 귀족들에게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가 퇴각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공격을 개시하자는 돌고루코프와 바이로터, 공격 계획에 반대하는 쿠투조프와 랑제롱. 러시아군은 총사령관 쿠투조프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전투의 열쇠는 황제가 쥐고 있었고, 승전에 목말라 진격을 종용하는 젊은 황제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 대가는 무참한 패배와 병사들의 목숨이었다.


전쟁터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사람을 과녁 삼아 쏘아대는 포탄의 참혹함을 아는 자와 치열한 전투로 인한 사상자 수가 자부심이 되는 자.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건지, 자신들의 전쟁이 아니라고 여겼던 건지, 전쟁을 대하는 러시아의 황제와 기득권층의 태도 및 감정은 제각각이었다. 조국의 승리를 이끌고 러시아의 나폴레옹이 되는, 그리하여 명예의 한순간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잃어도 좋다는 안드레이, 황제에게 온 충성을 다 바쳐 황제를 알현하고 직접 인정을 받는 것이 목표인 니콜라이, 오로지 살 길은 출세 뿐인 보리스. 이 세 사람에게 전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1권의 마지막은 안드레이 볼콘스키가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는 것으로 마친다.  







#전쟁과평화

#레프톨스토이

#문학동네

#북리뷰

#러시아문학

#세계문학


작가의 이전글 죽은 등산가의 호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