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시선, 존재하는 간섭
나는 스웨덴에 살면서 단 한 명의 한국인도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몇 년을 지냈지만, 예전 스페인에서처럼 어학원이나 학교,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인을 알게 되는 일은 없었다. 예전 직장에서 한 두 명 정도. 심지어 안 좋은 기억뿐이다. 한국 커뮤니티와는 전혀 연결되지 않은 채 살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 생활에 지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따로 있다. 나는 이 나라에서 한국인을 사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 내 일상을 공유한 적도 없는데, 때때로 나에 대해 아는 척을 하거나 판단하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누구와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마치 보고 들은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그 감각은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고 난 뒤에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통화 뒤에 밀려오는 이상한 불쾌감—마치 누군가가 내 사생활을, 부모님과의 대화까지 엿보고 뒤에서 왈가왈부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들은 나를 모르는데, 나는 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는 실체 없는 ‘아는 사이’가 더 무섭다. 나는 그들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