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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합니다.

말도 안 되는 짓들

by 율리

내가 살면서 들었던 얘기들 중에 가장 어이없는 이야기는 내 엄마가 83년생이라는 얘기다.

83년생이 90년생을 낳았으면 7살에 나를 낳았다는 이야기인데...


이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뭐 여럿 있다.

예를 들면, 매니저 잘못 만난 연예인이다 또는 인플루언서다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대답을 한 적은 없다.

할 필요성조차 없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들...


하지만 별거 없는 내 일상을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기분은 참 더럽다.

집에 스마트기기도 없고 그런 기기 또는 와이파이를 해킹당해서 사생활이 어딘가에 유포되었을 가능성도 없다.


내가 뭐하는지 알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내 일상 및 사생활을 볼 수 있는 액세스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내가 집에서 컴퓨터 켜놓고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별풍선 받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내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랑 연락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자주 바뀌는 내 머리색도 통제 대상인 듯하다. 마치 내 머리색이 어느 그룹을 지지하는 표시인 마냥..

이 또한 말도 되는 않는 짓들이다.


얼마 전 미용사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준 게 생각난다.

코펜하겐에서 10년 말뫼에서 9년 가까이 살았으니 거의 20년을 이 지역에서 산 루마니아 여자.


여기 사람들이 워낙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해 와서 DNA에 문제가 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 여자가 현지 남자를 만나면 대부분의 경우 아기를 낳은 후, 헤어지고 애기까지 뺏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나에게 아직 기회가 있으니 결혼도, 아기도 낳지 말라고 충고했다.


현지인들이 질투가 워낙 심해서 누가 왜 뭐를 가졌는지 등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별로 가진 게 없는 외국인에게도 질투를 하고 주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 듣는 얘기라 약간 놀랐다.

보통 사람들은 나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자기가 얼마나 잘난 사람이고 똑똑하고 돈이 많은지 등등. 외국인 또는 한국인들은 대다수 그랬다.

오랜만에 머리 하러 갔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웨덴 사람들은 딱히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듯했다.

미용사 말로는 바로 그게 포인트라고 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얘기하지 않고 시답지 않은 날씨 얘기만 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워낙 질투가 심하고 뒷말이 많아서 자기 생활을 입 밖으로 꺼내지를 않는다고...

특히 남자들


새로운 의견이 신선하면서도 달갑지는 않았다.


모든 걸 경쟁이라고 여기는 듯한 사람들이 많은 서울, 마드리드에서 살다가 여기로 온 이후, 오히려 마음은 편안했는데 의외였다.


역시 어디나 사람들이 문제구나, 어디나 비슷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느낀 모든 이상한 말도 안 되는 불쾌감은 마드리드에서 시작되었다.

시작된 곳에서 끝을 맺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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