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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쿠리 Sep 26. 2020

잘못 기입된 이메일 주소를 보는 채용담당자의 심정

제발 확인해주세요!

취업이 어려운 요즘 회사가 절대적인 "갑"이고 지원자가 절대적인 "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열심히 시장 조사를 하고 마케팅을 한다. 물론 특별한 홍보가 없어도 지원자는 있다. 하지만 좋은 지원자는 소수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업계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인재들을 빨리 찾아내고 채용해야 한다. 찾아낸다고 해도 그들의 마음에 들어야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채용 시즌이 되기 전부터 더 빨리 좋은 지원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도 여름 인턴십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년의 인턴 채용을 위한 홍보는 시작됐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용설명회 외에도 좀 더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직접적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모전도 했는데, 나는 바로 이 공모전의 준비를 맡게 되었다. 이 공모전에서 순위 안에 들면 바로 최종 면접의 자격을 얻을 수 있으니 합격에 매우 가까워지는 셈, 이 공모전에 참가하는 게 꽤 중요할 수 있다는 거다.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만큼 1차적으로 온라인 등록을 한 학생 수가 3000명 가까이 되었다. 참고로 이 공모전의 정원은 50명이었다.


1차 접수를 받고 등록을 한 3000명에게 추가 정보를 제출하도록 시스템에서 일괄적으로 공지 이메일을 보내고, 며칠 후 수동으로 한번 더 알림 이메일을 보냈다. 정해진 날짜까지 추가 정보를 제출해야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겨우 추가 정보를 제출하지 못해서 참여 기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알림 이메일을 보낸 건데, 이 행위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다. 이메일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메일함은 몇 백통의 전송 불가 이메일의 폭탄을 맞았다. 3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소프트웨어에 과부하가 걸린 것일까? 도대체 무슨 시스템 오류가 나서 이메일이 되돌아온 걸까? 궁금했다.





@회사. 재택근무 끝.. 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메일을 하나씩 읽어봤다. 믿을 수 없었지만 시스템 오류가 아닌 이메일 주소의 스펠링 오류였던 것이다!!! 그렇다, 믿기지 않지만 몇백 명의 학생들이 1차 등록할 때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잘못 기입했다. 예를 들어 “gmail”을 “gmial” 이라고 쓰고 “hotmail”을 “hotmai”라고 쓰거나, 심지어 본인의 이름을 잘못 스펠링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 학생들이 바보라서 이런 실수를 한 걸까? 아니다. 지원자의 대학교를 살펴보니 각 나라의 “명문대”가 대부분이었다. 학벌이 지능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해도 명문대에 들어갔으니 다른 학생들보다 특출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이 공모전의 중요성은 앞에서 이미 언급했었다. 근데 이런 우수한 학생들이 스펠링 오류 같은 사소한 실수 때문에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되었다니! 인간적으로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다. 회사의 입장에서 봐도 본인의 이메일 주소도 확인하지 않는 지원자는 아쉬울 게 없을 것이다.


큰 충격이었다. 나는 내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서 어딘가에 가입하거나 원서를 넣을 때 항상 확인하고 확인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입력한 이메일 주소로 연락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좀 믿기지가 않았다. 매일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라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 제발, 확인하고 제출하자. 콘서트 티켓도 본인 이메일로 인증해서 구매하는 시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가 10년 만에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해서 가지 못했다면 그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메일함을 확인하면서 보니 추가 정보를 제출하는 시스템의 오류가 났다는 문의 이메일도 많이 있었다. 이건 정말 시스템 오류였던 것 같다. 실제론 정보가 제출됐는데 학생들이 보는 화면에서는 제출이 안 됐다고 뜨니 말이다.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제출이 됐으니 일일이 대답하지 않아도 됐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오류가 났는데 얼마나 초조할까. 생각됐다. 그래서 다 답장을 해주기로 했다. 짧은 이메일이라도 확인 한마디가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일을 체크하고, 오류 없이 이벤트에 등록이 되었는지 시스템에서 확인하고, 다시 이 몇 백통의 이메일에 답장을 해주는 데에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경험은 끝나지 않았다.





회사 커피 맛있음 ㅎㅎ - 콜드 카푸치노.



일단, 정말 지원자 수가 많아서 이메일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대충 써서 보낸 이메일이 너무 많았다. 대충 쓴 이메일 제목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자기소개, 인사, 마지막에 "Regards" 나 "Sincerely" 같은 단어 등 비즈니스 이메일에 있어야 하는 기본 요소들이 없었다. 심지어 ":)" 같이 이모티콘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본인의 발랄함을 표현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그냥 단어로 표현하자. 친구한테 이메일 보내는 줄 알았다. 그래, 사람을 직접 만나보지 않았으니 예절의 문제는 아니라고 치자. 근데 정말 비즈니스 에티켓이나 센스가 없는 거고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본인이 이력서를 잘못 첨부했으니 맞는 걸로 첨부해 달라는 이메일도 있었다. 처음에 나온 사례와 일맥상통한 케이스다. 이메일 주소든 이력서든 자소서든, 제발 확인하고 제출하자.


그리고 또 한 학생은 너무 오래전에 이 공모전에 등록을 해서 어떤 공모전인지 까먹었으니 본인이 지원한 게 어떤 공모전인지 다시 한번 설명해달라는 이메일이었다. 이 이메일에는 어떻게 답변을 해줘야 하는 걸까. 자신이 무엇에 등록했는지조차 까먹었다면 정말 학업이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거나, 집안에 큰일이 생겼거나, 그냥 이 일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1) 이름, 이메일주소, 전화번호 이런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연락처는 항상 확인하고 제출하자.

2) 첨부하는 문서들 (이력서, 자소서 등)도 제발 확인하고 첨부하자.

3) 회사는 친구가 아니다. 비즈니스 에티켓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자.

4) 공모전이든 회사든 뭔지 제대로 알아보고 지원하자. 그러지 못할거라면 나중에 찾아볼 수 있게 적어도 메모라도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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