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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쿠리 Oct 03. 2020

어떤 인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일까?

정직원이 되는 공식은 과연?

이 글의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기 때문에 글의 내용으로 답변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다. 채용 담당으로서 인턴십 전까지의 과정은 잘 알지만 인턴들이 회사에 들어온 후에 벌어지는 일은 잘 모른다. 도대체 인턴십 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일들은 인턴의 정직원 전환에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인턴십이 시작되고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인턴들은 각자 팀에 배정돼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같이 일을 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인턴들의 실제 성향이나 업무 능력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매주 제출되는 매니저들의 인턴 평가서, 최종 프로젝트와 프레젠테이션의 평점, 그리고 마지막에 작성되는 인턴 보고서의 내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과정에서 채용 부서가 쓸모없다는 건 아니다. 직접 평가를 내리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바탕으로 평가의 기준과 체계를 세우고, 내용을 한 곳으로 모아서 통합하고 정리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과 조언을 주는 게 우리 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턴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인사팀을 대할 때 그들의 됨됨이와 본심을 표출하는데, 그것들을 캐치해서 반영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




홍콩 in 2020.




나에겐 인턴의 평가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취합해서 엑셀 파일로 정리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모든 부서가 이렇게 하지는 않지만 내가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완벽하게 한 권으로 정리된 보고서를 선호하기 때문. 이 길고 지루한 과정을 혐오하는 동료들은 측은의 눈빛을 보냈지만 다행히 나도 부서와 비슷한 성향이라 고통을 즐기면서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모든 평점과 코멘트를 읽어볼 수 있었는데, 그중 한 인턴은 매니저의 점수를 매우 잘 받아서 인상에 남았다. 생각해보니 그는 처음 트레이닝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좋은 질문도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났다. 실제로도 매니저의 평점이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인턴은 무조건 정직원으로 전환이 될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명단을 받아보니 이 인턴의 이름은 볼 수가 없었다! 매일 직접 같이 일한 매니저가 강력 추천했는데도 정직원 전환의 자격을 얻지 못했다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반대 케이스로 평소에 말썽을 부리고 평점도 중간이었던 인턴이 있었는데 정직원으로 전환이 확정되었다. 기준은 무엇인가.



상사는 나보다 좀 더 아는 게 있을까 해서 물어봤더니 결국 상사도 자세한 거까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아니면 모른척한 걸 수도. 결국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채로 끝이 나나 했더니, 며칠 전 이 인턴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연락을 하면서 나는 이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인턴의 이메일로 인해 시작된 조사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인턴십의 마지막날 있었던 아시아 총괄 매니저와 일대일 면담 후 인턴의 성격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는 것을. 아무리 업계에서 20년 넘게 있었던 보스라도 직접적으로 같이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30분의 면담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대단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의구심이 들었다. 상사도 나와 같은 말을 한 건 안 비밀. ㅎㅎ



이 인턴의 거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반이 조금 넘는 인턴들이 내년에 정직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작년 여름에 원서를 제출하고 서류심사와 몇 차례의 면접을 통과해서 인턴이 되고, 올해 여름 인턴으로서 몇 주 동안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고, 드디어 내년에 정직원이 될 그들. 2년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고, 해피엔딩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더 큰 도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마냥 축복은 해줄 수 없지만, 그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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