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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쿠리 Sep 19. 2020

일찍 졸업이 정직원 전환에 미친 영향

코로나 바이러스의 생각지 못한 장점과 그에 따른 폐해

저는 현재 홍콩에 살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

외국 기업에서 전 세계 학생을 타깃으로 아시아 지역의 신입사원의 채용 업무를 합니다.






학벌, 학점, 언어 성적 등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많겠지만 내 생각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자격요건”이다. 회사를 막론하고 특히 신입 채용의 요강을 보면 자격요건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토익 점수, 졸업 날짜, 전공, 자격증 등이다. "자격요건"이란 말 그대로 지원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규모가 크고 다루는 지원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지원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전 먼저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실시한다.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인턴이나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첫 번째로 적용하는 필터는 바로 "졸업 날짜"다. 솔직하게 말해서 여긴 학벌, 성별, 전공 이런 거 안 본다. 아무리 뛰어난 지원자라도 이력서나 자소서의 검토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바로 걸러진다. 만약 예외가 한번 생기기 시작하면 채용 과정의 형평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논란의 원천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조언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 "공고에 있는 지원 자격에 얽매이지 말고 조금 부족해도 지원해보세요!" 물론, 경력직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관련 경력 xx년 이상"이라는 지원 자격이 있어도 신입 채용보다는 좀 더 flexible 한 경우를 많이 봤다. 예를 들어 공고에 "관련 경력 6년 이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해보자. 경력이 4년 정도밖에 없지만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이 충분히 인상적이면 가차 없이 떨어트리지는 않는다. 실무경력 같은 경우 아무리 햇수로 수치화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결국은 경험에 바탕한 주관적인 요소다. 지원자가 했던 프로젝트나 맡았던 고객을 수치로 환산해서 걸러내는 것은 좋은 지원자를 찾아내는데 도움이 안 될뿐더러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저번 글의 나와 다르게... 이번 주는 평화.




다시 내가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반적으로 졸업 날짜는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인턴십의 지원 자격을 충족했다면 다음 해 신입 채용의 자격요건에도 자동으로 부합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졸업 날짜가 바뀌는 인턴이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원래보다 일찍, 또 다른 한 명은 늦게 졸업을 하게 되었다.


졸업을 일찍 하게 된 인턴 A의 학교는 바이러스 때문에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하여 필수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조정했다. 이 결과 졸업 학점이 채워져 졸업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는데, 학교에선 이런 학생들에게 바로 졸업할 것인지 아니면 원래대로 다음 해에 졸업할 것인지 선택을 제시했다. 학교는 미국 집은 아시아,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돌아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던 인턴 A는 당연히 일찍 졸업을 선택했다. (나라도 그랬겠다!) 인턴 B 같은 경우 수업이 취소되고 일정이 미뤄지면서 결국 필수과목을 제때 수료하지 못하게 되었고, 졸업은 한 학기 늦춰지게 된 것이다. 같은 상황인데 정반대의 결과라니, 참 신기했다.





회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인턴십이 끝날 때쯤 인턴들의 업무평가가 이뤄지고 정직원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인턴들에게 예상 졸업 날짜를 물었더니 인턴 A가 "이미 졸업했는데요?" 할 때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빨라졌든 미뤄졌든, 어쨌든 이 둘은 더 이상 정직원 전환의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둘 다 업무 평가가 좋아서 내년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었는데, 갑자기 그 자격을 잃게 된 것이다. 차라리 인턴십 때 잘 못해서 원래부터 전환이 되지 않는 게 덜 억울했겠다.





마지막 재택근무 ㅠㅠ 다음 주부터 회사 복귀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사의 좀 더 융통성 있는 대처를 기대했건만 결국 조직은 조직이고 룰은 룰이었다. 졸업 날짜가 바뀐 것을 회사에게 너무 늦게 알린 까닭이었다. 안타까웠다. 근데 또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의 형평성은 지켜야 하고, 지원자격은 처음 채용 공고에서부터 명시되어있던 사항이니까.




1년이 빨라지든 한 학기가 늦어지든, 졸업 날짜가 바뀌면 제발 미리 회사한테 이야기하자. 아니다, 그냥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 일단 회사에게 알리자. 지원자들과 신입사원들의 주요 연락처로서 이메일 폭탄과 편지함의 평화로움 중에서 고르라면 그래도 전자를 고르겠다. 이메일을 많이 받는 건 번거롭기만 그래도 그들의 상황에 대해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니 신입 여러분들, 이메일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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