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방암
내가 암에 걸린 것은 내 탓이 아니다.
가슴에 뭔가 딱딱한 게 만져지네? 별거 아니겠지.
나는 건강검진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땐 아무 말을 못 들었거든.
2년마다 나는 빠짐없이 건강검진을 받았었다.
유방암 검진을 받았을 때 엑스레이를 찍고 내가 들었던 말은 "치밀 유방" 이란 얘기였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아요.라고 했는데 그게 꼭 받으라는 얘기로 들리지 않아서 지나친 것이 문제였을까?
어느 날 누워서 TV를 보고 있다가 왼쪽 가슴 위쪽에 딱딱하게 만져지는 무엇이 있었다.
딱 바둑돌을 반으로 잘라놓은 것 같은 딱딱한 느낌.
동글동글 지방덩어리가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 덜컥 이게 뭐지? 싶었다.
그래도 그냥 병원에 가서 떼어내면 되겠지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암환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분명 그때도 나는 암환자가 맞았을 텐데, 병원에 가서 암입니다!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나는 암환자가 아닌 것이 아이러니하지.
제일 빨리 초음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예약을 했다.
집 근처엔 초음파를 빨리 받을 수 있는 유외과가 없었다. 이렇게 유방 초음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예약이 꽉 차있다는 병원을 다 거쳐서 집에서 아주 먼 병원이지만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병원에 예약을 잡고 당장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초음파 실에 들어가 누울 때까지도 나는 수다스럽게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보이는 게 없었다고, 누웠는데 딱딱한 게 만져지긴 했지만 갑자기 생긴 것 같다고,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의사는 말없이 내 가슴을 이쪽저쪽 초음파 기계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체크하기 시작했다.
겨드랑이까지 꼼꼼하게 미지근하고 기분 좋지 않은 초음파 액을 문질러대다가 대뜸 한마디를 던졌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누군가 심장이 바닥에 떨어진다고 글을 쓰곤 하더니...
진짜 그게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나는 그렇게 암환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