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첫항암 준비
유방암이라고 하면 모두 같은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가 있다. 어떤 타입의 유방암인지에 따라 치료 방법도 순서도 먹는 약도 모두 다르다.
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그 시기 TV에서는 방송인 서정희 씨의 유방암 투병 소식이 나왔다.
'나도 저런 치료를 받게 되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내 치료 순서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암의 타입이 다르면 진행 방식도 전혀 달라진다.
나와 서정희 씨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유방암을 가진 것이었다.
진단을 받고 나서 나는 유방암 카페에도 가입했다.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 싶어서 밤새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았다.
종양내과에 가서야 확실히 알았다. 항암치료를 한다 해도 주사 약물 종류부터 다 다르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카페에서 본 정보와 내 계획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인터넷 너무 많이 찾아보지 말아요. 궁금하면 나한테 물어봐요.”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진짜 그랬다.
내 암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검색창이 아니라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의사였다.
인터넷에 아무리 질문을 해도 나와 똑같은 암의 크기 나와 똑같은 암의 모양 나와 똑같은 위치의 암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었다.
유방외과 진료가 끝나고 나는 바로 종양내과로 향했다.
같은 병원 다른 건물 조금 더 무거운 이름, 암병원.
한때는 그 단어만 들어도 무서웠는데, 이젠 어느새 익숙한 공간이 되어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그런 변화를 만들어냈다.
종양내과 진료실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이상하게 긴장되지 않았다. 암 선고를 들었던 그날과는 달랐다.
그냥 담담했다.
진료는 빠르게 결정됐다.
"항암은 AC주사 4번, TC주사 4번. 총 8회. 중간에 미뤄지지 않으면 6개월 걸릴 거예요."
"그럼… 암이 없어지나요?"
"...없어지면 좋겠지만 환자분은 크기를 줄이는 걸 목표로 해야 합니다."
"제 암은 항암이 잘 안 들을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해봐야 알 수 있어요."
"그럼... 머리카락은..."
"100% 다 빠집니다."
"...혹시 안 빠지는 경우도..."
"아니요. 무조건 빠집니다."
의사는 아주 단호했다. 그리고 나는 그 단호함이 오히려 위로였다.
희망을 심어주지 않는 그 대답이 나를 이상하게 덜 아프게 했다.
그 순간 생각했다.
내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이 큰 일을 겪고 있어도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 거야. 그게 서운하지 않았다.
늘 피곤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는 그들이 오히려 더 고단해 보이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항암주사실은 암병원 3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다.
항암 예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조용히 선언했다.
'항암주사를 맞을 때는 나 혼자 가야겠다. 운전도 혼자 하고, 주사를 맞는 것도 혼자 견디고, 다시 혼자 돌아오는 걸로.'
내가 힘든 순간 나보다 더 걱정하는 얼굴을 곁에서 보는 건 차라리 맞는 주사보다 더 아플 것 같았다.
왠지 나는 씩씩하게 주사를 맞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항암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혹시 항암준비물을 어떤 것을 챙겨야 할지, 고민이 되시는 분들을 위해..
가져가면 좋을 것들과 안가져가도 괜찮은 것들을 따로 적어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