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만난 고래, 그리고 내가 선택한 두 번째 삶
고래가 다녀간 밤, 나는 다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처럼 죽음을 생각하며 지내던 어느 날,
꿈에서는 내가 살던 고향 바닷가에
청록빛과 보랏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커다란 고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천천히 다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평온한 장면을 보았다.
나는 꿈이 주는 메시지를 꽤나 신뢰하는 편이다.
그 순간 이렇게 생각했다.
“아직은 죽을 수 없어.
가족들과 친구들이 눈에 아른거려.
돌아가자, 고향으로.”
내 안의 고래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는 다시 숨 쉴 시간이라고.
나는 그렇게, 조용히 고향으로 향했다.
느닷없이, “사랑해”
고향으로 돌아오고
주말이 되자,
친구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느 날,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 한 사람과
나란히 앉아 있던 순간.
그가 불쑥 말했다.
“율무야, 사랑해.”
그 말은
너무 익숙해서 낯설었고,
너무 평온해서 눈부셨다.
우리 사이엔 늘 “사랑해”란 인사가 있었지만
그날의 말은
이상하리만치
마음 깊숙이 박혔다.
나도 “나도 사랑해”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날 이후 그가 자꾸만 생각났다.
나는,
그 반짝이는 빛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
지금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누군가는 환승이라 말하겠지만
삶의 끝에서 나를 끌어올린 사람에 대하여
누군가는
이걸 ‘환승연애’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같이
죽음을 고민하던 그 시기의 나에게,
지금의 남편은
구원처럼 다가왔다.
“그땐,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
그날, 왜 나에게 사랑한다 했냐고 물으면
그는 그렇게 말한다.
내 마음이 그를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 뒤,
나는
당시의 남자친구에게
조용히 마음을 전했고,
이별을 고했다.
그는
내가 빌려준 돈을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러라 했다.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
지금의 남편 곁에 있으면,
언젠가는
메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적어도 —
살아갈 힘은
생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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