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의 내리사랑

감사하고 사랑하지만, 너무 매워요.

by 율무차


꽃게가 제철이라 꽃게가 땡긴다는 말에, 수율도 좋고 배송도 빠르고, 신선하다는 후기가 많은 곳을 찾아 주문해드렸다. 이틀만에 도착한 꽃게는 아주 신선하고 살이 꽉 차있었다. 살짝 움직이는게 살아있기도 하니 이 얼마나 신선한 꽃게인지. 엄마는 아주 매운 청양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한 꽃게탕을 끓여 정신없이 드셨다고한다. 그러면서 너무 고맙다고. 항상 나를 잘 낳았다는걸 알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이래서 딸 낳았나보다 하고 깨달았단다.


오빠와 8살 터울인 나를 가졌다 했을때 외할아버지가 엄마에게 호통을 쳤다. 그렇게 터울이 있어도 가능하냐고 어디 아부지를 놀려먹냐고, 일상에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다녔던 할아버지에겐 좀 그랬을수도. 아무튼 그렇게 잘 낳았다하는 하나밖에 없는 딸인 나는 참 엄마와 반대이다. 엄마를 닮아 좋은 몇 안되는건 납작하고 네모난 아빠의 얼굴형보단 동그란 엄마 얼굴형이라 다행이고, 또 사람들과 잘 어울려 생활하고 사람만나는것에 어려움을 느끼지않는 다는 것 ? 그거 말곤 정말 없다고 볼 수 있다. 후자는 아주 내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대장부다. 흔히 말하는 대문자 T다. 그 시대 여느 엄마가 안그랬겠냐만은 시골에서 태어나 부모가 권하는 결혼에, 온갗 고생을 겪어낸 그런 사람. 그래도 참 씩씩하고 털털하다. 엄마의 이야기는 참으로 길고 어려워 내 글로는 담아낼 수없지만, 조금씩 담아보고싶다. 서른 중반을 달려가는 내가 엄마가 우는걸 본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까. 나는 그 씩씩함을 닮지 못했다. 내 안의 수많은 관문들에서 조금이라도 넘어지면 그냥 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데 그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금새 주저앉는다. 물론 나이가 든 후에는 그냥 속으로 주저앉긴 한다. 남 징징거리는 소리 나도 듣기 싫더라고, 그래서 최근 몇 년간 나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내가 엄청 씩씩한 타입이라 인식하는것 같다. 하지만 이 마음속은 언제나 지옥이다.


사주를 매 해 보러가고, 주변에 사주보길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 보러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엄마가 귀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일본에서의 생활이 길어지고, 언제 귀국을 해야할까 아득했을 때 엄마의 권유로 귀국과 동시에 꽃집을 차리고, 지난 해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엄마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 강아지들과 길거리에 나앉았을것이다. 입이 바싹 마르고 빵빵하기 그지없던 볼살이 말라가는 하루하루 였음에도, 정말 가족애를 중시하는 친척들에게도 해결되고 지난 후에야 “ 재밌었던 썰 “ 처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로지 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이는 엄마와 나 뿐이다. 엄마가 여유있나 보다 ?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아쉽게도 아니고, 차곡차곡 저금한 돈을 잠시 빌려주시는 것 뿐이었다. 그 며칠간의 그 얼마를 엄마가 아니면 그 누구에게도 빌릴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빌려줌과 동시에 엄마는 “ 내가 여유가 있어 그냥 주면 좋을텐데. 언제 받는다는 약속은 필요도 없을텐데 엄마가 미안하다 ” 하시며 또 내 마음을 찌르기도했다. 그냥 나는 이 순간을 해결해주심에 그냥 너무 감사했는데… 준비도 없이 마음에 비수가 꽂혔다. 딱 일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그 말이 맴돈다.


엄마는 벌써 잊었지싶다. 또 그 말이 그렇게 상처가 될지는 몰랐다고 너는 좀 씩씩해져라 하며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이 소심한 딸을 위해 온 동네를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제일 깨끗한 스티로폼 박스를 주워 그걸 또 씻어서, 우리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가득 가득 채워 보내준다. 반찬 사이사이에 냉동 시킨 국과 찌개로 아이스팩을 대신한다. 반찬을 보내주는 날에는 밥도 맛있게 지어 동글동글 한 공기씩 나누어 담아준다. 반찬이 가득 와서 당장 먹고싶은데 밥은 없고, 하기 귀찮을까봐 보내주는거라고. 이 꽉꽉 눌러 담긴 사랑을 직접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저 마음을 느끼고자 내 인생을 다 희생할 마음이 없다. 어설프게 똑똑한 나는 애석하게도 알아버렸다. 그저 내가 낳았다고, 내 자식이라고 평생을 바치기엔 내 자신이 너무나 소중하단것을. 나도 그 벅찬 마음을 알리없지만, 애를 낳는 사람도 나의 행복을 평생 모른다. 이 편안함과 자유를, 그리고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른다. 모든건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떤 선택에도 장점과 단점은 함께 오는 것이다. 그 잠깐 몇년의 귀여움을 보자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만 한 강요는 없길바란다.


글머리에 언급한 꽃게 이야기의 결론은 자식 아니면 누가 이런거 주문해주겠니, 이래서 자식이 있어야 하는데….하며 엄마는 말을 흐렸다. 꽃게탕의 매운맛이 비수의 말로 돌아왔다. 앞서 말한 비수는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느끼는 아픔의 비수이고, 지금의 비수는 엄청 매운걸 먹을때 느끼는 고통같은 짜증이 올라온다. 그 줄이는 말에 가득찬 엄마의 염원과 강요를 나는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안다. 엄마가 말을 줄이는 이유도 나와 더이상 소란스럽지 않고 싶어서 라는 걸 나도 알고있다. 아주 T인 우리엄마가 해주는 한뼘더의 배려라는 것을 알기에. 나도 예전과 달리 부드럽게 맞받아친다.


엄마, 내가 엄마 나이일때는 내가 꽃게탕 먹고싶다고 머릿속으로 생각만해도 한시간 뒤에 로봇이 갖다주고, 떠먹여 줄거라고. 아님 캡슐 하나만 먹어도 꽃게탕의 칼칼함을 느낄 수 있을거라고. 그니까 걱정말라며 엄마와의 소란스러움을 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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