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를 먹다 젓가락을 들면

겨울을 앞두고 작은 그리움

by 율무차


개고기를 먹다 젓가락을 들면 벼락 맞는대. 하는 말이 어린 마음에도 나는 내심 좋았다. 우리 집이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개고기를 먹으면 우리 집안에 큰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어 우리 가족들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우리 집을 자랑스러워했다. 할머니 집 근처 집 지키던 개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또 다음 해면 또 새로운 개들이 생겨나고 하는 것이 우리 집에서만큼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삶의 이야기에선 강아지를 빼놓기 어렵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옛날의 기억에도 강아지와 함께였다. 아빠 나이 마흔 가까이에 태어난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주려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빠 어깨에 앉아 내려다보면 발걸음에 맞춰 걸어가는 순돌이의 길고 예쁜 코가 기억난다. 이 이야기는 순돌이 이야기는 아니다. 젊은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려고 써 본다. 우리 집은 가게를 했는데, 25년 전엔 강아지를 아파트에서 키운다는 건 잘 없던 일이라, 우리 집 순돌이도 처음엔 가게에서 먹고 자랐다. 비가 많이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던 날, 아빠는 순돌이가 무서울 거라며 어차피 새벽 시장에 가야 하니 순돌이랑 같이 가게에 있겠다고 했다. 우습게도 우리 순돌이는 몸무게 20킬로 가까이 되는 어린 내가 봤을 때 아주 커다란 늑대 같았던 진돗개였다. 그 당시 정서로는 유난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을까? 아빠의 솥뚜껑만 한 손으로 투박하게 순돌이 얼굴을 감싸는 모습이 떠오른다.


어릴 땐 아빠의 장부이자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게 재미였는데, 아빠의 장부 한편엔 늘 시와 그림이 있었다. 화가를 하지 그랬어, 하는 핀잔을 주는 가족들의 말을 웃어넘겼다. 어떠한 상황에 대한 다짐이나 명언이 늘 적혀있었는데, 사람이 그렇듯 다 지키진 못한 것 같다. 살아보니 정말 뜻대로 되지 않았겠지.


나는 참 아빠를 많이 닮았다. 늘 그림 낙서를 해대고, 써 내려간 푸념과 또 다짐들로 가득한 메모장, 쌍꺼풀 없는 눈, 두꺼운 입술도 아빠를 닮았다. 억울한 것 못 참는 것도, 강아지를 유난스레 아끼는 것도 닮았고, 직업마저 아빠를 따랐다. 아빠와의 기억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지만 기억은 미화된다고 하는 게 맞는지 젊은 아빠를 만날 수 있는 때로 돌아가보고 싶다. 일단 엄마에게 잘하라고 성질 내다, 또 잘하고 있다 응원해주다 잔소리로 끝나 투닥투닥 싸울지도 모르겠다.


아빠와 마주 앉아 복숭아 깎아먹던 그리운 여름이 몇 해 전 마지막이 되었다. 여름을 좋아하던 나는 아빠가 떠나간 뒤 여름이 슬프다. 얼마 지났다고 꿈처럼 아른거린다.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시쓰며 편안하기만을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게탕의 내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