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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 Dec 06. 2015

취향의 변화 - 어른이 되는 과정

대통령이 되고 싶던 아이의 성장

나의 장래희망은 대통령이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그랬다. 사회를 위해 힘쓴다거나 후손에게 더 좋은 세상을 열겠다거나 그런 바람직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멋있었다. 유명한 사람, 힘이 있는 사람, 가장 화려한 사람. 그저 막연한 이미지로 장래희망은 대통령이다 떠들고 다녔더랬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대통령이란 이야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희 화려한 성공의 길을 꿈꿨다. 잡지에 흔히 나오는 기사들 있지 않은가. '최연소', '최초' 이런 수식어들 말이다. 까만 정장을 빼입고 팔짱 껴고 패션잡지 뒤편에, 시사잡지의 앞편에 등장하는 성공한 젊은 여성 기업인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무엇'으로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화려함을 동경하던 때. 나는 그릇을 사도 화려한 것들을 골랐다. 금장이 되어있는 그릇들은 특별히 아꼈다.  '로열'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유럽 그릇이라면 더욱 좋아했다. 족히 200년은 된 역사를 가진 브랜드, 어느 왕실에서 쓰던 그릇 등 귀족적인 이미지의 브랜드를 사랑했다. 두 손가락으로 우아하게 들어 올리면 가장자리의 반사가 달라지는 찻잔, 샐러드를 집으려 각도를 틀 때마다 느껴지는 금장의 느낌. 마치 나는 뭐라도 된 기분. 딱 그것이었다. 그게 참 좋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는 그냥 밋밋한 그릇들을 고르게 됐다. 화려 하다기보다는 소박함에 가깝고, 다른 그릇들과 어우러졌을 때 튀지 않을 것들을 찾았다. 어느 접시와도 매치하기 쉬운 것, 그러면서 뭔가 고유한 디테일이 있는 것. 반짝이던 나의 그릇장은 언제부턴가 눈이 침침한 듯 명도와 채도가 떨어지는 컬러들로 채워져 갔다.



취향의 변화. 이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어린 시절의 내가 남보기에 화려한 사람이 되길 원했다면, 지금의 나는 그저 내 할 일이라도 잘 하는 사람이고 싶다. 회사에서는 내 업무라도 잘 하고 싶다. 연애도 그렇다. 대학생 때야 남의 연애사에 이렇다 저렇다 훈수를 두었다면, 이젠 그냥 내 연애라도 잘 했으면 싶다. 어느 집단에서 튀는 존재이기보다는 어딜 가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이러한 점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의 영역이 생긴다는 것이요, 동시에 나의 영역과 남의 영역을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나의 것과 남의 것. 어른이 되면서 나는 '나'를 알아간다. 내 능력껏 내 남자, 내 여자, 내 가족, 내 친구, 내 공간, 내 일 등 결국 '내 것'을 찾는 것이 어른의 일이다. 어린 시절 내가 쫓던 화려함에는 결국 '나'의 존재가 빠져있었다. 나를 모르던 시절의 나는 참 어렸다. 결국 성장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성찰이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듯하다.



이제는 잘 쓰지 않아 찬장 저 높은 곳에 따로 보관되어 있는 금장 그릇들을 닦으며, 어른의 의미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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