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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pr 24. 2024

비의 두 얼굴


  오늘과 내일은 제가 본격적으로 시작(詩作)을 시작한 초기에 쓴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좀 아쉬움이 있지만 수정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보내드립니다. 오늘 시의 제목은 <비의 두 얼굴>입니다.


  “비가 내린다

   비가 올 땐 하늘 안 보이고

   사방 우중충하여 싫다

   막 피어오른 모란, 찬비에 아프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비 내리는데

   하늘 보이고

   공기 맑고

   꽃들, 나무들 제 빛깔 뿜어낸다


   한참 동안 비 내리는 밖 내다본다

   중년의 부부 우산 쓰고 걸어가는 모습

   더 정겹게 보인다 더 여유롭게 보인다

   저들은 무슨 말을 나눌까?

   자식들 얘기? 직장일 얘기?

   노부모 안부? 아침에 먹었던 북엇국 얘기?

   좋은 얘기, 즐거운 얘기만 분명하게 들려온다

   비에 녹은 풋풋한 공기가

   두 사람 가슴을 평화롭게 해 줄 것이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어제의 미움이 희미하게 사라진다

   두 부부 발걸음 따라가며

   내 마음도 희망을 찾는다


   제 키보다 더 큰 우산 들고

   꼬마가 달려 나온다

   엄마 아빠가 꾸물거리니까


   얌전히 내리는 저 비,

   오늘 나의 스승이 되었다”


            (염홍철 시집 <한 걸음 또 한 걸음>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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