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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pr 23. 2024

벚꽃은 질 때 가장 아름답다.


  지난주 금요일은 절기상 곡우였습니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절기라고 하지요. 그러면서 봄이 절정임을 알기도 합니다. 원래 봄은 3월에서 5월까지를 말하나, 최근 이상기후에 따라 5월이면 여름처럼 더워지기 때문에 사실상 봄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봄은 꽃의 계절이지만 특히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는 벚꽃이 만개하지요. 그런데 올해 이미 만개했던 벚꽃들이 낙화의 광경을 연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시 황홀하면서도 왠지 애달픈 정체 모를 감정들이 젖어들게 하였지요.


  흰 눈꽃 송이들은 춘풍을 타고 두어 바퀴 공중회전을 하다 보도에 사뿐히 내려앉지요. 뒤를 이어 또 다른 꽃잎들이 같은 군무를 추면서 어느새 도심 하늘은 흰 눈꽃의 향연에 젖어들게 됩니다. 후루룩 가슴 철렁한 소리를 내며 지는 목련이며 군무를 추듯 지는 벚꽃이었는데, 이미 그들은 마지막 인사를 끝내고 바람결에 사라졌습니다. 이렇듯 꽃은 절정의 순간에 영겁에 듭니다. 보통 벚꽃은 질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라지기 때문에 진귀해서일까요? 아니면 유한함을 극복하고 영원에 닿고 있기 때문일까요?


  티베트 속담 중에 “내일과 다음 생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지요. 이것은 전전긍긍하면서 보내든가 아무렇지 않게 살라는 말은 아닐 테지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을 즐기며 뜻있게 살라는 말이 아닐까요? 우리들 모두 봄꽃처럼 유한한 존재들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매 순간 유한함을 극복해야 하는 존재들이지요.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 마음의 상처들이 꽃이 진 자리처럼 남아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때로 상처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겠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아프고 힘들었던 날이 있었다면 그때보다 다가올 미래의 꿈과 사랑을 더욱 구가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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