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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y 23. 2024

5월의 두 얼굴


  5월의 하순입니다. 5월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참 많지요. ‘계절의 여왕’과 ‘가정의 달’이 대표적인 것 같습니다. 기념일도 많고 좋은 계절이기 때문에 결혼식도 유독 많습니다. 우리나라 60개 대학의 개교기념일이 5월에 몰려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내 아이, 내 부모, 우리 부부, 내 스승을 공경하고 보듬는 달입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지난 주말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있었지요. 5·18 민주화운동 주역의 대다수가 학생들이었고 지금도 새싹 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님들의 애통함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5월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기에 결혼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살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달이라고도 하네요. 날씨가 좋아 기분이 상승하는 분위기지만 한쪽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원인이라네요.


  5월의 꽃을 진달래와 모란이라고 한다면, 김소월은 그의 시 <진달래꽃>에서, 진달래꽃을 이별의 징표로 형상화했지만, 김영랑은 그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을 봄의 절정으로 삶의 보람과 목적으로까지 귀일 시켰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5월 편지>에서 “5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다”라고 했지만, 이해인 시인은 <5월>에서 “향기로운 5월, 푸른 숲의 뻐꾹새 소리가 시혼(詩魂)을 흔들어 깨우는 5월”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그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 사태”의 의미가 아프게 다가오지만, 햇살 창연한 5월에 우리는 그 슬픔을 희망으로 반전해야 합니다. 삶이 지속하는 한 희망도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니까요. 이러한 우리의 굳은 다짐을 보람으로 승화시키는 5월로 마무리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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