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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Jun 11. 2024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지난주 ‘신자유주의’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제관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와 연장선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판한 경제 개념은 ‘낙수효과’도 있었습니다. 낙수효과는 부자가 돈을 많이 벌면 가난한 이들도 부를 함께 누리게 된다는 원리지요. 이 이론은 컵에 물이 가득 차면 아래로 떨어지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교황은 “물이 가득 차면 마술처럼 컵이 커져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는 한 방울의 물도 떨어지지 않게 된다”라고 낙수효과를 비판한 것이지요.


  사실 ‘2015년 IMF 보고서’는 ‘상위 20퍼센트 계층의 소득 비중이 증가할수록 GDP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과거 수십 년간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해 온 낙수효과의 허상임을 통렬히 반성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로 칭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교황의 언어들을 이교적 언사라고까지 비난하지요.


  그러나 낙수효과에 대한 비판은 교황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들이 동조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고 ‘대체 불가능한 위대한 경제학자‘라고 칭송받는 컬럼비아대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도 다음과 같이 낙수 경제이론을 비판했지요.


  “이 이론은 오랜 역사를 지나고 있지만 오래전에 신빙성을 잃었다. 심각한 불평등 성장의 가속화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미국인은 실제로는 자신의 소득이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것을 목격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이 경험한 것은 낙수 경제이론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즉 상위계층에게 돌아가는 부는 하위계층을 희생시킨 데서 나온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낙수효과에 대한 논쟁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과거 정부나 정치권에서 낙수효과에 대한 대안으로 ’ 분수효과‘를 거론한 바 있습니다. 낙수효과가 성장우선론이라면 분수효과는 분배우선론입니다. 대기업 소득증대를 통하여 투자증대를 꾀하면 이것이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며 그 결과 서민 경제의 혜택이 높아진다는 것이 성장우선론이고, 대기업의 세금을 올리면 서민 복지 혜택으로 이어져 소비가 증대되고 경기가 부양된다는 것이 분배우선론입니다.


  그러나 낙수효과나 분수효과는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이론 모두 타당성과 오류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두 정책을 모두 채용했습니다. 낙수효과의 대표적인 정책은 부자 감세이고 분수효과의 경제정책은 저소득층에 대한 ’ 현금성 지원‘ 정책을 쓰는 것이 사례입니다. 그래서, 양면성을 인정하고 정부는 효율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 사회 각 주체의 합의를 통해 기업과 국민 모두가 낙수와 분수의 효과를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이제 어느 나라의 정책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하나의 정책 지향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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