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홍철 Jul 09. 2024

법정스님의 <좋은 친구>


  법정 스님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0년에 입적하셨습니다. 스님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 상과와 전남대 상과대학을 나오셨습니다. 1954년 당대의 큰 스승이었던 효봉 선사의 문하로 입산 출가를 한 뒤에, 한글 대장정 역경 위원, 동국대 역경원, 불교 신문사 주필, 전남 송학사 수련원장을 역임하셨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는 그 모든 것을 떨치고 송광사 뒷산에 손수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사셨습니다.


  스님의 명성을 듣고 경향 각처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자,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를 남기고 훌쩍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 거처를 숨기며 사시다가 1994년부터는 순수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끄셨습니다. 1996년에는 서울 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이듬해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계시다가 이후 강원도 산골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면서 ‘무소유’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러던 중 폐암이 발병하여 3, 4년간 투병 생활 끝에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78세를 일기로 입적하셨지요. 오늘은 스님이 남기신 <좋은 친구>라는 시를 통해 친구나 가족에 대한 모범을 찾고자 합니다. (염홍철 <다시 사랑이다> 74쪽 참조)


  “친구사이의 만남에는

   서로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상호 간의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일 것이다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 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동서 고전을 비롯하여 친구에 대한 많은 설명이 있지만 법정 스님의 이 시는 더 빼고 더할 것이 없는 완벽한 해석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친구가 아니라 가족과 같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대입해도 될 것입니다. 좋은 친구나 가족이 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나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우리가 지키고 간직해야 할 경구가 아닐는지요?

작가의 이전글 우리나라 사계절이 재설정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