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2009년 2월 16일,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 11일로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들 두 종교 지도자는 종교계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에 커다란 가르침을 주셨고, 지금과 같이 갈등과 대립이 심한 사회에서 우리는 두 어른이 많이 그립습니다. 두 분은 단순히 종교 지도자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의 버팀목이 되어주셨습니다. 어려운 시기, 정신적 지도자로서 또는 국가의 어른으로서 두 분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받았지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추모의 열기는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을 찾은 조문객은 40만 명에 육박했으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추모 행렬이 수 킬로미터 이어졌다고 합니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에서 입적하셨는데 사리도 수습하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며, 평소 입은 승복 그대로 다 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대나무 평상에 누워 가사 한 장을 덮고 가시는 법정 스님의 마지막 길을 많은 사람이 배웅했지요.
1년 차이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법정 스님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시를 바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 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 하던 당신
다시 태어난다면
추기경이 아닌
평신도가 되고 싶다던 당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땅엔 아직도
싸움과 폭력,
미움이 가득 차 있건만
봄이 오는 이 대지에
속삭이는 당신의 귓속말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시기 전 하신 말씀은 “서로 사랑하세요” 한마디였다고 하고, 법정 스님의 평생의 화두는 ‘무소유’였지요. 두 어른이 남기신 사랑과 봉사, 무소유와 비움의 정신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