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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Jul 15. 2024

휴가 중 하루. 이틀이라도...


  오늘은 초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초복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절기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이미 본격적인 더위는 시작된 지 오래지요. 6월에 이미 최고 기온이 30도 대 중반까지 상승했는데, 그렇다고 더위가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9월에도 과거의 여름 날씨가 지속되지 않을까 예측됩니다.


  이제 7월의 중순에 접어들었으니까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지요. 직장인들은 격무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한가로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따가운 햇살에 열탕처럼 일렁이는 도심의 아스팔트를 벗어나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여울 짓는 시냇물, 숲 속 우짖는 새,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귀를 내어주며 잠시 긴장을 내려놓고 여유를 부릴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 순간조차도 잠시나마 떠나온 세상과의 접속을 포기하리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 관 속에 넣어 가고 싶은 품목 1위가 추억이 담긴 물건도, 가족사진이나 편지도 아닌 휴대전화였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휴대전화를 무덤 속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추세를 보도한 적도 있지요. 죽고 나서도 세상과 접속하고 싶은, 접속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욕구를 나타내는 일화겠지요. (<염홍철의 아침단상> 316 참조)


  누구도 디지털 기기들과의 접속을 완전히 끊고 휴가를 즐길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또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과도 단절하는 일주일이란 흡사 유배를 당한 기분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갖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어지는 쉽고 빠른 정보의 라이프스타일을 좇아가는 것이 왠지 아쉽지만, 그것의 편리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디지털 세상은 경제성, 편리, 그리고 속도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게 된 것은 디지털 세상으로 가능하게 된 일 중에 가장 긍정적이고 주목해야 할 점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휴가에는 그동안 매달려 온 일상의 방식을 훌훌 털고 필수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아날로그적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떠할까요?


  이번 휴가가 3일이든 일주일이든 단 하루 이틀만이라도 세상과의 모든 접속을 끊고 독서와 사색으로 보내시는 시도를 해보심이 어떨는지요? 그래서 아름다운 여름날의 소중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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