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제적 민주화'를 소환한다.

by 염홍철


저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후 위기 대처와 양극화를 축소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뜨거운 감자가 되어 서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앞으로 지금부터 30년 이내에 AI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기 때문에 현재의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악화되어 사실상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예측합니다. 경제학자들도 불평등이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는 민주주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불평등은 시장 원리에 의해 유발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정치에 의해서 형성되고 확대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클린턴의 선거 구호였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저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경제적 게임 규칙이나 시장(市場)은 정치에 의해 규정되고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오지요. 기울어진 운동장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상위 1%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미 ’ 시민적 덕목‘은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정치 불신이 팽배해지는 것이지요.


언론도 역시 상위 1%에 의해 영향을 받아 유권자들에게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 가짜 뉴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이한 정치 세력 간에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가짜 뉴스의 척결을 주장하지만 가짜 뉴스는 점점 기승을 부려 일반인의 삶 속에까지 깊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경제적 민주화가 제기되지요.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처방이 논의되었고, 1997년 금융 위기 이후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른바 보수와 진보 즉 에야 대통령 후보가 모두 선거 공약으로 채택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고, 역대 정부에서 경제적 민주화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그 논의의 비중이 극히 약화되었고 정책적 반영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경제적 민주화는 우리 헌법에도 명시되었습니다.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다시 경제적 민주화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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