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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Jul 24. 2024

품질은 좋으나 품격이 떨어지는 정치인


  흔히들 우리나라 정치인은 ‘품질은 좋으나 품격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학벌이 좋고 똑똑하고 이른바 스펙을 잘 쌓은 품질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품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정치인들을 종종 볼 수 있고, 유세장과 같은 공적인 공간에서도 막말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품격 있는 정치인이라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품질은 좋으나 품격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중에서도 양보와 배려 없이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고, 공공장소에서의 무례한 언동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계층 이념 지역 종교적 갈등이나 정부와 이익 집단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사 간의 다툼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행한 한국 관광객의 추태 등도 졸부의 천격(賤格)을 그대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럴 때 대학에서는 인문학 관련 학과를 통합하거나 폐과 하고,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적은 외국어는 더 이상 가르치지 않겠다니 외국 문화를 공부하면서 학생들이 접할 수 있었던 인문학적 품성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된 셈이지요. 경제적으로는 풍요롭다지만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나라에서 이제 국격과 개인의 품격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요?


  어느 분의 주장대로 “국격은 인격의 합이므로 개인의 인격을 가다듬는 일을 우선해야 할까요?” 아니면 작고하신 이여령 선생님의 주장대로 ”우리 안의 천격을 거둬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이 얘기들과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겠으나, 저는 신뢰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근본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품격이란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약자를 도울 줄 아는, 높은 도덕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저절로 우러나오는 기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품격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공감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어느 순간 내 안에 잠자고 있는 품격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실천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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