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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Jul 31. 2024

꽃 이름



  길가를 지나다 보면 작은 풀과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관심하게 지나치고 있지만 이런 식물들은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를 뿌려 항상 우리 곁에서 은은한 향기를 뿌리고 있지요. 이렇게 자연 상태 그대로 자라는 식물을 ‘야생화’라고 합니다. 같은 말로 ‘야화’라고도 하고, 순수한 우리말로는 ‘들꽃’이라고 부릅니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의 수는 4,939종이라고 하는데 꽃마다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이름 없는 꽃들도 많지요.


  그런데 우리는 꽃 이름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들국화’라는 꽃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들국화는 국화와 식물을 두루 일컫는 보통명사입니다. 들국화는 고유명사가 아닌 것이지요. 저는 최근까지도 ‘산유화’라는 꽃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특히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라는 시가 있어서 산유화를 머리로 그리기도 하였지요. “산에는 꽃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 …”로 시작되는 산유화는 꽃 이름이 아니라 ‘산에 꽃이 있다’는 의미인 山有花라고 하는 것이지요. 봄부터 산에 피는 이름 모를 꽃들을 말하는데, 지금까지 산유화라는 꽃이 있는 걸로 착각했습니다.


  ‘수국’이라는 꽃이 있지요. 우리나라 산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국과 ‘산수국’은 다른 종류의 꽃인 줄 알았는데 산수국도 한자 이름(山水菊)에서 보듯이 산에서 피어나는 국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또한 혼동하기 쉬운 꽃 이름 중 ‘설중매’도 있습니다. 이것도 단일한 꽃의 이름이 아니라 눈 속에 핀 매화를 가리킵니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말이지만 설중매라는 단일한 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름 없는 꽃들도 많이 있습니다. ‘해마다 그 자리’에 피어나는 꽃들도 사연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평론가 권상훈 교수가 지적한 대로 “꽃들의 길은 가고 올 수 있지만 사람의 길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것, 그것도 ‘한 번 지나갈 뿐’”인 사람은 꽃보다 할 말이 더 많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애틋하게 생각하던 ‘들꽃’은 내년에 그 자리에서 다시 피지만, 사람은 세상이란 들판에서 잠시 이슬처럼 맺혔다가 가는 존재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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