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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ug 12. 2024

어둠의 미학


  어둠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빛이 없는 상태’를 말하나, 빛은 선으로 어둠은 악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설명과는 달리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어둠은 악한 존재가 아니라 풍요, 휴식 그리고 안락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빛은 생명이고 어둠은 재앙의 뜻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성경은 하나님은 어둠이 조금도 없으니, 빛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어둠은 죄와 동의어인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다른 관점에서 어둠을 관찰합니다. 상대적인 상태의 어둠이 아니라 절대적인 상태, 또는 자연 상태로서의 어둠입니다. 빛의 대칭 개념이 아닌 독립적인 어둠 자체를 보는 것입니다.


  법정 스님의 시 제목처럼 어둠은 ‘텅 빈 고요’입니다. 그 속에 벌거벗은 인간의 존재가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욕심을 낼 수 없습니다.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어둠은 침묵의 공간이기 때문에 무언가 신뢰할 수 있고 속이 꽉 차 있습니다.


  어둠을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둠 속에 내재한 긍정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헨리 키신저 박사는 “어둠이 있는 곳에 꿈이 있다.”라고 했지 않았을까요?


  물론 여기에서의 어둠은 고난과 역경, 실패와 패배를 의미하지만, 이러한 어둠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힘과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맹인으로서 미국 백악관 국가 장애위원회 차관보를 지낸 강영호 박사는 실명과 가난이라는 이 어둠은 “내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라 성공의 디딤돌”이라고 했습니다.


  어둠은 새벽을 기다리고, 빛을 기다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둠 다음에 꿈과 희망이 찾아오는 단순한 시간적 선후관계도 아닙니다. 어둠 자체에 긍정적인 내성이 있는 것입니다. 정지되어 차분한 어둠, 고요하여 욕심 없는 어둠, 침묵이 흘러 믿음직한 어둠, 이것은 분명 어둠의 미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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