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홍철 Aug 26. 2024

사랑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사람들


  사랑의 예찬론자도 많지만, 소설가나 철학자들 중에는 사랑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현재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철학자인 강신주 씨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륜’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남편은 서로에게 배우자일 뿐 결코 애인이 될 수 없다고까지 말하지요. 그가 사랑을 불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기존에 속해 있던 무리(倫)를 부정하도록(不) 만드는’ 감정이 사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즉 부모를 떠나 낯선 남자 여자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동력이 사랑인데, 이것은 가족을 배신하는 불륜이라는 것입니다. 좀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되지 않은가요?


  도덕적 결혼제도를 비판하는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욕구에 대해 성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평생의 소설가,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랑에 대한 소설을 10권 가까이 썼지요.


  재일 한국인 학자로서 한국인 최초로 동경대 정교수가 된 일본의 최고 지성인 중 한 사람인 강상중 교수는 ‘사랑을 떠올릴 때, 아름답고 신성한 것으로 생각하다가 사랑을 성취하고 나면 그 사랑은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고 하였습니다.


  <불륜예찬>의 저자 독일의 철학자 프란츠 베츠는 ‘사랑이란 호르몬에 의한 화학반응이다.’고 단언합니다. 강상중 교수의 주장과 연결되지 않은가요?


  한국인으로 독일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출판하고 있는, <피로사회>의 저자,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현대에서는, 사랑조차도 잘 정리된 업무, 성과를 보장하는 경영 프로젝트처럼 되어버려 사랑을 위해 상처를 입거나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에로스의 몰락’을 선언하였습니다.


  한병철 교수와 비슷한 맥락에서 일본에는 ‘혼활’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결혼활동’의 줄임말이지요. 결혼도 구직이나 경제활동을 하듯 계획과 전략 등을 짜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비슷한 현상일 것입니다. 결혼은 사랑보다는 성과를 내야 하는 경영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나 염려하지 마세요. 사랑 예찬론자도 많으니까요. 사랑은 무진장 참고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한 마디씩 나오는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사랑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못 해본 사람이겠지요.

작가의 이전글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이웃을 배려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