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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ug 27. 2024

알랭 드 보통의  사랑학 교과서



  어제 사랑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사람들 중, 영국의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을 짧게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을 부정적으로만 묘사한다기보다 ‘사랑학 교과서’를 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알랭 드 보통만큼 사랑을 테마로 한 소설을 쓴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만 해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 <너를 사랑한다는 건>,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인생학교 : 섹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한 표현을 하는데, 알랭 드 보통은 감정이입보다는 감정 상태를 연구소에서 연구하듯 날카롭게 분석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실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기까지, 빠진 후의 말이나 행동들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 깊이 있게 해석했기 때문에 아주 유익한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소설이 아니라 사랑의 심리학 또는 사랑학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에 나오는 문장들을 몇 가지 예시하면, “나는 좋아하는데 상대는 관심이 없고, 나는 관심이 없는데 상대는 나를 좋아한다. 이렇듯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사랑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으나 그는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것 같습니다. 즉, “상대의 짙은 눈빛이나 세련된 정신세계 때문이 아니라 저녁 내내 일기 수첩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연애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랑은 형성되는 순간부터 싫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은 결국 이렇게 소진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연인이 된 후에 짜증 두 극단 사이를 왕복한다.” 뿐만 아니라 알랭 드 보통은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상대에 대한 전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사랑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얘기겠지요.


  그러면서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라는 자작 소설에서 마치 주인공을 자신과 대비시킨 것처럼, 일탈과 외도를 반복하면서도 아내와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는 이중성 있는 남자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은 행복한 가정을 위해선 부단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사랑학 교과서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요? 사랑을 시작하는 분들께 그의 소설 중 특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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