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 초이틀입니다. 절기상 가을이지요. 천문학적으로는 가을은 추분(秋分)에서 시작된다고 하니, 올해는 9월 22일입니다. 추분을 기준으로 해서 날씨가 점점 더 서늘해지고 자연은 천천히 가을 색을 입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상학적으로는 가을은 9월 1일에 시작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을 3개월 단위로 나누어 9월부터 11월까지를 가을이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이상기후로 이러한 구분은 어긋나고 지금도 한낮에는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기온이 너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가을이 언제부터 시작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자연의 색을 보면서 가을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이 느낄 때가 가을의 참된 시작일 것입니다. 가을은 완벽한 계절이지요. 곡식을 추수하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글을 쓰기에도, 여행을 하기에도, 사색을 하기에도, 사랑을 하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계절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설렘을 줍니다.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나뭇잎을 배경으로 누구나 사색하는 분위기를 풍기게 하는 마술 같은 한 장의 사진을 남기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요즘, 저같이 커피 맛에 빠진 사람에게는 중후해진 커피 향을 즐기며 한 템포 느린 깊이와 여유로 사색할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면서 가을비가 흩뿌리고 나면 단풍이 짙어지고, 그 찬란한 단풍이 낙엽이 되어 땅으로 내리면 올해의 가을도 우리 기억 속에 또 하나 잊힌 계절로 저물어 갈 것입니다. 그때 누굴 만났었는지, 어느 곳에 있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미워했는지 또는 사랑했는지···. 기억하고 또 잊히는 세월 속의 갈피로 남아 꿈같은 추억이 되겠습니다.
가을의 특징 중의 하나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합니다. 사람이 시가 되고 시가 사람이 된다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되는 사색의 계절이면서, 바람에 불규칙하게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고독을 느끼는 것도 시인적 감성을 자극하지요. 그래서 김형면 시인은 “가을은 고독한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는 계절이다”라고 설명했겠지요. 그 시인은 부모와도, 아내와도, 형제와도, 사랑하는 사람과도 잠시 이별을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가을을 통해 오롯이 고독을 느끼고 그것은 새로운 에너지의 생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올여름은 너무 무더워서 지난주 서둘러 여름을 마무리하였고, 오늘은 가을을 마중하면서 단풍과 낙엽도, 풍요로움과 고독함도 한꺼번에 상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