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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방관은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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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지난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감축할 것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의 탄소중립 기본법 제8조 1항이 “과소 보호 금지 원칙 법률 유보 원칙에 반하여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한겨레> 2024.8.30일 참조)


이미 유럽에서는 4년 전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가 예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하한선을 늘려라”는 판결을 확정했고, 벨기에, 콜롬비아, 유럽연합, 뉴질랜드, 스위스, 프랑스 등지에서는 국가와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정부가 만든 ‘기후변화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관련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독일의 기후변화법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퍼센트 감축을 목표로 했는데, 이것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화한 조항을 마련하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염홍철 <새마을 인문학> 85~86 참조)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헌법소원은 청소년들에 의해 제기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 행동’이 주동이 되었는데, 청소년 원고들은 이대로 가면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 주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 같고”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아시아에서 처음 제기된 ‘기후소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이 탄소중립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국제적인 지적을 사법부가 일부 해소해 주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판결이라는데 다소 미흡함이 있습니다. 물론 넓은 의미로 헌법불합치도 위헌의 범주에 들어가나 법 집행의 시점 등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오지요.


차제에 우리 국민들도 온전한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후 재앙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지구의 종말을 예언하는 학자들도 다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우리도 100살까지 살고 싶어요”라는 절규를 소홀히 들어서는 안 됩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전 인류의 희망입니다. 따라서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인권의 문제이며 사회정의를 보장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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