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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공정성이야

by 염홍철



지난 5일 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벌인 월드컵 예선전 킥오프 직전,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을 비난하는 걸개를 꺼내 들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축협 너희들 참 싫다”, “선수는 일류, 회장은=?” 등이었습니다. 양 팀 국가의 연주 후엔 북소리에 맞춰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러한 구호는 경기 도중에도 반복되었지요. 한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소개가 전광판에 나오자, 야유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단, 붉은 악마는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한국 축구의 발전과 성숙한 축구 팬 문화를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이날도 붉은 악마를 비롯한 축구 팬들은 일차적으로 축구 빅게임을 관람할 목적이었겠지만, 많은 팬들은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 자리를 함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축구 협회장과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야유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임은 틀림없습니다.


붉은 악마가 우리나라 스포츠 팬들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거와는 달리 우리 팀이기 때문에 무조건 응원하는 관행은 점점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스포츠에서 ‘불공정’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시,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위해 일부 대표팀 선수를 제외한 것에 대해 MZ세대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 선수는 결승전 직후 인터뷰에서 배드민턴 협회를 겨냥해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는데, 그중 성과 대비 미흡한 보상을 제공하는 협회의 불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지적하였습니다. 저연차 선수에게 불리한 연봉 체계 등 실력 있고 인기 있는 선수가 협회의 불공정한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여론이 대다수였습니다.


축구 협회에 대해서도 지난번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그가 독일 클럽팀을 이끌며 보여줬던 부진한 성적과 리더로서의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선임이 강행되었고, 이후 재택근무 논란, 아시안컵 4강 요르단 전에서 패배하는 등 우려가 현실이 되어 선임 기준에 대한 축구협회의 불공정한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들이 누적되어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하여서도 축구 팬들의 공분을 샀었지요. 홍 감독은 대표팀을 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가 말을 바꾸어 지휘봉을 잡는 등 석연치 않은 그의 행보에 비판을 가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스포츠 팬들은 협회나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까지도 공정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누구라도 비판하고 있으며, 이것은 운동장에서의 행동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성이라는 화두가 확대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바보야! 문제는 공정성이야’,라는 구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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