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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한다면 전쟁은 끝난다"

by 염홍철


빨리 끝날 줄 알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양쪽의 군인뿐만 아니라 무고한 어린이와 민간인들이 수없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이런 잔혹한 참상을 보면서 존 레넌의 반전 평화 운동이 새삼 소환되네요.


많은 분들이 비틀스를 아시겠지요? 50여 년 전에 해체된 4인조 록 밴드인 비틀스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한 비틀스는 ‘전설적인 록밴드’란 별명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이 ‘비틀스의 전설’은 다름 아닌 존 레넌입니다. 존 레넌은 비틀스의 작곡가이자 싱어송라이터였습니다. 존 레넌은 비틀스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존 레넌의 설치미술가였던 오노 요코와의 사랑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각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었던 사람들이 서로의 배우자를 ‘단번에’ 잘라내고 결합한 커플이었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술가들의 절절한 사랑을 모아 책으로 펴낸 박은몽은 열여섯 쌍의 예술가들의 사랑을 소개하면서 마지못해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사랑도 마지막 장으로 삽입하였습니다. 박은몽 작가는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이야기를 책에 넣을까를 조금 망설였다고 합니다. 그것은 두 사람에 대해서 호불호가 명백하게 갈라졌고 오히려 ‘불호’ 쪽이 많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박은몽 <인문학 스캔들> 221~234 참조)


그러나 저는 존 레넌의 사랑 이야기에 큰 관심은 없습니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는 ‘솔 메이트’의 결합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보다는 그저 흥밋거리일 뿐입니다. 그러나 제가 존 레넌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그의 ‘평화와 화합’ 정신입니다. 레논과 요코가 결혼하여 일주일 동안 침대에 머문다는 소식을 기자들에게 알렸고, 많은 기자들이 어떤 퍼포먼스가 나올지 궁금해했습니다. 기자들이 기대했던 대로 언론이 보는 앞에서 파격적인 사랑의 행동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침대에서 무얼 하는 것이죠?”라고 물으니, 존 레넌은 “우린 그저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하면서 팝 음악이 아니라 반전 평화 운동의 퍼포먼스를 보인 것이지요.


비틀스가 해체하기 직전, 존 레넌과 오노 요코는 전 세계의 대도시에 “당신이 원한다면 전쟁은 끝난다(War is over, if you want it)”라는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비틀스가 해체된 후 미국으로 건너간 두 사람은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반전 평화 운동에 앞장서는 사회적 실천가로서 활동을 했습니다. 존 레넌의 음악적 영향력은 반전 평화 운동의 동력으로 발산되었지요. 그 절정을 이룬 것은 <이매진(Imagine)>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가 2014년 초 갈라쇼 무대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함으로써 우리에게 친근해진 곡이지요. 이 음악의 담긴 평화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국경이 없는 세상을. 누구를 죽이거나 죽을 이유도 없겠지요. 상상해 보세요.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소유가 없는 세상을. 모든 사람이 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여기저기서 들리는 포화 소리와 영상에 비치는 죽음더미를 보면서 제2 제3의 존 레넌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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