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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사람이 고독하다.

by 염홍철


10월의 중순으로 접어드니 가을은 깊어지네요. 그러면서도 가을이 곧 끝날 것만 같아 벌써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가을은 역설적인 현상이 많이 일어납니다. 아름다운 단풍에서 쓸쓸한 낙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을의 이러한 변화는 고독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여름의 끝과 겨울의 시작 사이의 시기이기 때문에, 과거의 추억이나 인간관계를 되새기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은 분명 고독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고독은 원세훈 소설가도 지적했듯이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치열한 내면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국내외적으로 존경받는 두 분이 겪은 고독을 설명하면서, 고독은 나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위대한 창작이나 성취를 위한 에너지를 만드는 순간이라고 말씀드립니다. 한 분은 이순신 장군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시를 읽으면 절절한 고독감을 느낄 수 있지요. “한산(閑山) 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끝나니” 이 시를 통하여 이순신 장군의 고독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의 이와 같은 고독은 결국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그래서 강한 사람이 고독하고 고독한 사람이 위대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염홍철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62쪽 참조)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사람은 베토벤입니다. 그는 사흘 동안 골방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작곡에 몰두했다고 하지요. 베토벤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창작은 이런 고독한 상태를 거쳐서 탄생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야말로 고독을 통해서 재생과 회복 그리고 창조의 원천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 가을을 보내면서 나만의 내밀한 공간에서 진정한 고독의 힘을 맛보시면 어떨까요? 자신을 돌아보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할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저도 상대의 공감을 얻지 못해 답답하거나 나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 에포케(판단정지)를 선언하고 머리를 비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독은 이순신 장군이나 베토벤처럼 인류를 위한 엄청난 기여가 아니어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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