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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Oct 18. 2024

향토 서점 계룡문고의 폐업과 관련하여



  지난 9월 27일, 향토 서점 계룡문고는 문을 닫았습니다. 계룡문고 대표는 “계룡문고를 끝내 지키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됨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살려보려고 몸부림치며 갖은 방법으로 애써보았지만, 더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해 결국 30여 년 영업을 종료하게 됨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영업 종료 안내문을 띄웠습니다.


  이 안내문을 읽으면서 당연히 놀라움과 아쉬움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10년 전, 창립 100주년을 향해 가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명 서점인 ‘라 카탈로니아’ 운영자가 내건 폐업 공고문을 연상했습니다. 그 운영자는, “처음 문을 연 지 88년이 지났고··· 시민전쟁에도, 무지막지한 화재에도, 부동산 다툼에도 살아남았던 라 카탈로니아 서점은 이제 문을 닫습니다···”는 내용을 올렸습니다.


  시간과 공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각각 전통 있고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서점의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똑같았습니다. 도서 판매의 침체와 점점 가중되는 도서 시장의 위기가 원인이었지요. 계룡문고와 라 카탈로니아 서점의 대표는 서점 영업을 종료하면서 “우울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책과 서점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낸 바 있는 문학평론가 호르헤 카리온은 서점은 “세계를 이해하는 완벽한 장소”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그는 같은 이름으로 저서를 낸 바도 있지요. 서점은 여권이 필요 없이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여행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도 책으로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서점은 ‘세상의 축약본’이라고 하지요.


  서점에 가면 선사시대와 21세기, 동양과 서양을 동시에 만날 수 있고, 특히 최근의 서점들은 책을 판매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적 이벤트가 열리고, 멋진 카페도 같이 있어 휴식과 문화의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계룡문고는 어린이들과 보건소, 노인정, 소년원에 있는 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서점’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중부권을 대표하던 향토 서점인 계룡문고가 문을 닫자 많은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지요. 책과 사회연구소의 백원근 대표는, “독서환경의 주요 척도인 중대형 서점의 폐업은 시민들에게뿐만 아니라 도시 경쟁력의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계룡문고의 폐업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10년 전에 라 카탈로니아 서점의 폐업을 굳이 소환한 것은, 서점이 줄어드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독서, 더 나아가 지식 습득의 방법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서점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꼭 독서 인구가 줄어서만도 아닙니다. 시민들이 더 저렴하고 쉽게 다양한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가상의 서점(인터넷 서점)’들이 나타나면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10% 할인된 가격으로 집까지 배달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종이책으로 하는 독서에서 디지털 콘텐츠 독서로의 전환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감상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 서점 육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요. 그중 하나는 인터넷 서점 점유율은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이렇게 지역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할인 정책 차별을 시정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서점 지원 예산의 확대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람 냄새나는 지역 서점은 인터넷 서점에 비해 매력이 있지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을 사기 위해 계룡문고 앞에 길에 서 있는 줄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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