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철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 교수로 알려진 로랑스 드빌레르 교수인데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라고 말하는 분입니다. 언젠가 그가 제기한 ‘섬과 인생‘이라는 글을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은 그분의 ’ 바다와 사랑’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바다는 낭만과 고독을 상징하니까 사랑과 연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드빌레르 교수는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바다뿐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바다도 사랑처럼 위로가 되면서 절망이 되고’, ‘기쁨을 주면서 모욕감을 주기도 하고’, ‘무엇인가 많이 주면서 그만큼 빼앗아 간다’라고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다 하면 파도가 연상되는데, 파도는 한없이 주다가도 거칠게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드빌레르 교수가 사랑에 빠지면 “신이 되는 것만 같다.”라고 말한 대목에 관심이 갑니다. 사랑을 하다 보면 사랑은 영원할 것 같고, 저 멀리 보이는 바다도 감미로운 낙원과 순수한 기쁨을 약속하는 신의 세계인 것만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 최고의 사랑 표현은 “당신은 나의 종교(신)야.”라고 생각했는데, 사랑과 바다가 신과 같다고 하는 대목에 많은 공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랑했던 상대에게 나 자신이 전혀 의미가 없는 존재로 인정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름 위를 걷다가 갑자기 현실이 땅바닥에 내려오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에도 사랑과 바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다의 거센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파제‘가 필요하듯이 실연을 누를 수 있으려면 마음의 방파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배에 탄 선원들은 파도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단단한 중심‘이 필요하지요. 바다가 그렇듯이 사랑도 실연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방파제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의 중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래서 드빌레르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두 번씩이나 “소용없어. 난 안 쓰러져.”라는 다짐을 했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다도 사랑도 중심만 잡으면 안 쓰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