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503
음악아! 놀자
긴 연휴여서 어제 하루는 ‘음악과 놀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순간순간 듣는 음악은 동요도 좋고 가곡도 좋고 대중가요도 좋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을 할애해서 본격적으로 음악과 놀려면 역시 오페라가 제일이 아닐까요?
수많은 작곡가가 있지만 그래도 오페라 하면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베르디를 꼽을 수 있지요. 베르디는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했고, 그 오페라 속에는 세계를 감동시킨 여러 아리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이나 <라트라비아라>의 ‘축배의 노래’는 너무나도 유명하지요. 그런데 어제 제가 놀고 싶었던 음악은 베르디의 <나부코>였습니다. 어제는 3·1절의 대체휴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부코>의 배경은 구약성경의 실존 인물인 바빌론의 왕 네부카드네자르이지요. 그의 잔혹한 정복과 폭정은 많은 유대인들을 고통과 죽음에 몰아넣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이교도 폭군의 전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페르시아에 정복되었고 페르시아는 유대인이 고향으로 돌아가 성전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나부코>는 베르디의 세 번째 오페라이고 베르디를 널리 알린 출세 작품입니다.
이렇게 <나부코>는 성경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인데, ‘예루살렘 함락’, ‘왕위 찬탈’, ‘신의 심판’, ‘회개와 구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음악은 ‘노예들의 합창’입니다. ‘노예들의 합창’은 4~5분밖에 걸리지 않는 음악이지만 어제는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조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는 곧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부르고 싶었던 노래이지요. 선율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강렬한 감정이 담긴 이 곡은 이탈리아인에게는 독립운동의 상징이고, 비공식 국가(國歌)처럼 불리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스토리로 베르디를 성공적으로 이끈 ‘노예들의 합창’은 지금도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곡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에서 연주되었고,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어제는 3·1절 때문에 얻은 대체휴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일제강점기와 감정이 상통하는 오페라 <나부코>를 선택한 것입니다. 바빌로니아 왕이 예루살렘을 함락했던 때로부터 2,500여 년 뒤 나라를 잃은 민족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며 음악과 놀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