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은 2018년 4월에 각국 ‘관용도’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2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 캐나다가 74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20퍼센트로 헝가리에 이어 가장 낮은
국가로 조사되었습니다. (2018년 이후, BBC 방송의 ‘관용도’ 조사는 없음)
오래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은 다양성과 관용이 경제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고, 특히 토론토대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창조계급의 부상과 도시발전의 상관관계를 논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계급의 구성원들은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의 요소를 모두 가진 도시에 자신들의 뿌리를 내린다고 하였지요. 이들 창조계급은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개성을 존중하며, 다양성과 더불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근본적인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에 직결된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플로리다 교수는 경제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인재, 두 요소를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를 무엇보다도 다양성과 관용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 용광로 지수(외국인 인구 비율), 게이 지수(동성애자 인구 비율), 보헤미안 지수(예술가 인구 비율) 등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여성이나 성소수자의 권리, 예술 활성화 등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다양성이나 관용의 개념을 민족, 인종, 성별, 성적 지향에까지 확대하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 이주노동자, 국제결혼의 증가로 빠르게 다문화사회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성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다문화가정,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관용은 ‘나와 다른 남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차이를 인정하겠다는 뜻인데, 그것은 단순한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제화에서 쟁점이 제기되고, 심한 분열과 갈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작가 에블린 홀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즉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죽을 때까지 사울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와 쟁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으로 본다면 다양성과 관용이 중시되는 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구성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줌으로써 경제 발전의 핵심인 혁신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정치적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철저히 단죄하여 법치를 세워야 하지만, 양극화된 국민여론은 하나로 모아지는 노력을 해야 하지요. 이것이 민주화된 성숙한 한국 사회의 모습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