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이라고 알려진 아르튀르 랭보는 ‘나는 타인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요. 이는 나르키소스에 빠진 현대인에 대한 역설적 표현일 것입니다.
현대인은 자신의 ‘나’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자의식이나 자존감은 행복한 삶의 기본 조건이 되겠지만 자기애가 지나쳐 자신의 관심사 말고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면 사실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방황의 기술>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베카 라인하르트는 “‘나’를 너무 사랑하는 나에 대하여” 비판적 경고를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가 진정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셀카를 무수히 찍어 휴대전화나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서 환호합니다.
그러나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나르키소스가 마지막으로 외친 소리는
‘헛되도다’였고 그 소리는 에코가 되어 다시 그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이렇듯 랭보, 라인하르트와 유사한 주장을 하는 작가들은 많이 있습니다. 니체, 미셸 푸코, 장 폴 사르트르 등인데 이들 모두 자아의 분열성과 허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4월의 중순을 넘어서는 오늘 아침, ‘나를 잃지 않고 타인을 사랑하기 위하여 나를 사랑한다’라는 어느 작가의 변명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자신은 자신인 것 같지만 자신이 아니라는 것도 아울러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