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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유

by 염홍철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는 아베 피에르 신부가 쓴 <단순한 기쁨>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우리는 왜 이 땅에 태어나는 걸까요?’라고 물으면 나는 그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이지요.’ 이 우주 전체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어딘가에 자유를 가진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행성에 사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은 우주에 짓눌려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사랑하면서 죽을 수 있기에 우주보다 위대하다. 사랑이 있기 위해서는 대양과 빙하와 별만으로는 족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존재들이 있어야만 한다. 인간의 자유는 때때로 두려움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소멸할 수는 없다.”


이러한 피에르 신부의 주장과 비교되는 법정 스님의 글이 있는데, 스님은 그의 저서 <무소유>에 실린 ‘인형과 인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 이 시대의 실상을 모른 체하려는 무관심은 비겁한 회피요, 일종의 범죄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나누어 짊어진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이웃의 기쁨과 아픔에 대해 나누어 가질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다. 우리는 끌려가는 짐승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할 인간이다.”


피에르 신부는 94세의 나이로 2007년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장례미사에는 프랑스 대통령까지 참석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그의 유언에는 “나의 장례식에 화환 따위는 필요 없으니, 이번에 새로 집을 갖게 될 우리 이웃들의 명단과 집 열쇠들을 가져오시오.” 이렇게 유언을 한 것은 피에르 신부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엠마우스 공동체’ 운동을 시작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자유··· 오늘 피에르 신부가 우리에게 주는 화두입니다.


법정 스님은 78세로 입적하셨습니다. 피에르 신부가 세상을 떠난 3년 후인 2010년에 무소유를 강조하셨던 법정 스님은 “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관(棺)도 짜지 마라. 사리도 차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입적 전날 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씀도 하셨지요.


두 분 신부님과 스님의 삶을 통하여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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