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인의 시,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는 삶과 죽음을 사랑의 매개로 대비시키면서 두려움과 그리움을 잘 버무렸습니다.
문정희 시인은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숨죽여 홀로 운 것도/그때였을 것이다”라고 운을 뗀 뒤,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사랑을 말한 적이 있다면/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라고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문정희 시인은 ‘해가 질 때’라는 상징적 상황을 설정하며 인간의 의지를 초월하여 벌어지는 ‘저물어 감’과 ‘스러짐’을 상징화하고 있습니다. 시인이며 평론가인 김사인은 이 시를 가리켜 “문정희 시인의 관능은 때로 이렇게 눈부시다”라고 평가하였지요.
어제 해가 질 무렵, 문득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라는 라틴어 격언이 생각났습니다. 이는 프랑스의 어느 교회 한편에 있는 해시계에 새겨진 문장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상처를 입히지만, 궁극적으로 죽음이 가장 큰 상처라는 것이지요. 인간은 상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흘러가며 결국 죽음으로 끝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렇게 우리가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지요. 또한 자신도 상처를 받고 삽니다. 의도된 것일 수도 있고 좋은 의미로 한 말이나 행동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4월이 저물어 가는 마지막 주말 해가 질 때, 위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에게 주는 상처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의 마음과 사랑을 전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월요일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