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남조 시인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

by 염홍철


오늘은 어제 소개한 기형도 시인과는 상당히 다른 삶을 사신 시인 한 분을 모십니다. 28세에 요절한 기형도 시인에 비해 향년 96세로 작고하셨는데, 그 직전까지 창작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분인데, 바로 고 김남조 시인입니다. 이분은 모윤숙, 노천명을 이어 광복 후 ‘여류 시인’의 계보를 구축했던 분으로 작고하시기 1년 전(95세) 그분의 마지막 인터뷰로 알려진 어느 잡지와의 대화에서 “기억이 예전 같지 않지만, 생각은 끝없이 이어져 그런대로 괜찮다”라고 근황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그분이 시를 쓰게 된 것은 ‘시대가 스승’이었고 ‘역사적 사건들’이 시를 쓰도록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습니다.


90대의 노시인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지요. 고인은 “삶은 날마다 ‘새로운 학교’라는 말이 있다. 쉽고도 바른말”이라며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은 조급하게 뭔가를 얻으려고 서두르고는 한다. 밤의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새벽이 오는 걸 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구절을 몇 번씩 읽으며 시인이 주는 메시지를 명상했습니다. 참고 기다리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너무 급하고 인생을 너무 쉽게만 살려고 합니다.


91세일 때 예술의 행사에서 본인이 직접 시 낭독을 할 정도로 건강하시고 90대에 이른 연세에도 문학 행사에 간간이 참여하셨습니다. 그때 그분은 ‘잘 보는 것’은 자세히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지닌 것,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시간을 잘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로서 충분했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허락된 많은 가능성이 있는데, 김남조 시인은 그것을 보물창고에 비유했습니다. 보물창고는 희망입니다. 보물창고에서 노력을 향해 재능을 잘 꺼내 쓰는 것이 전체를 보는 눈이랍니다.


김남조 시인은 생전에 희망이란 단어를 자주 썼지요. 자신은 ‘희망과 위로의 문학’의 전파자라고도 했습니다. 희망을 이룰 때까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처칠의 말과 오버랩되네요. 2년 전 작고하신 김남조 시인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 희망이라는 말을 꽃씨처럼 뿌려야겠습니다.

keyword
염홍철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165
작가의 이전글'영원한 청년' 시인 기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