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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04. 2024

예의란 무엇인가?


  요즘은 예의나 효도라는 말은 인기가 없습니다. 선거에서 효도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지지를 확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실토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오히려 꼰대스러워 젊은이들에게는 외면받기도 했다지요. 효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예의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덕목인데도 요즘 젊은이들은 잘 쓰지 않습니다. 공자는 ‘모두와의 화합을 위해 아는 것도 물어서 따르는 것’이 예의라고 했는데, 젊은이들에게는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얘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의식의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고, 언어 습관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공경’이나 ‘존경’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 표현 대신에 어른에게도 ‘사랑한다 ‘거나 ’ 좋아한다 ‘는 표현을 하지요. 그들의 세계에서는 사랑과 호감이라는 말에 공경과 존경이 내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존경이라는 단어 속에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 요소가 있어서 원천적으로 거부 반응을 느낀다고도 생각됩니다.


  상대방의 지위나 연령을 고려한 수직적 교류보다는 수평적 대화를 선호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젊은이들에게 ’ 존경’이나 ‘예의’란 몸에 맞지 않는 제복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조류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핵심적 가치이기 때문에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지 망설이게 됩니다. 그러나 예의의 개념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표현 양식에 차이가 있더라도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을 지키는 것을 통해 우리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킨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염홍철, <아침편지> 73 참조)


  좋은 관계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이면서 또 나를 규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 등 흔히 서양에서 에티켓이라 칭하는 행위들이 모두 예의에 속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한다면 사회적 제재를 받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바라는 좋은 관계는 맺기 힘들겠지요. 그렇다면 젊은이들도 예의의 본질을 거부하는 것은 안 겁니다. 그래서 예의라는 말을 젊은이들도 거부하지 않는  에티켓, 매너, 배려 등으로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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