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인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녀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연분, 같이 있으면 항상 즐거운 좋은 친구와의 우정, 직장이나 단체에서 만나 서로 씨앗이 되고 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공동체적 유대감들이 좋은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좋은 인연은 긍정적인 사고, 배려, 용서,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반면 나쁜 인연도 많이 있습니다. 나쁜 인연에는 자신의 이기심이나 욕심 때문에 상대를 배신하는 경우가 있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나쁜 인연이 맺어졌을 때 어느 일방이 잘못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대에 대한 ‘오해’ 때문에 멀어지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오해가 원인이라면 그것을 일방의 잘못이라 말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나쁜 인연을 맺지 않기 위해서는 폭넓은 사고와 이해심이 필요하겠지요.
사실 인연이라는 것이 꼭 사람 사이의 관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사물이나 자연과 맺는 관계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어떤 결과를 내는 직접적인 원인을 인(因)이라고 하고, 간접적인 원인을 연(緣)이라고 합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비교적 좋은 인연을 많이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쁜 인연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악연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 상처를 입힌 누군가를 용서하고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미움을 다스린다면 나쁜 인연은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인연과 관련하여 항상 자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인연은 예정된 것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만일 예정된 것이라면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은 누가 만들었나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연이라면 영원한 인연과 단절된 인연은 누구의 선택인가도 중요한 성찰의 대상이지요.
그러나 제가 내린 결론은 인연은 예정된 게 아니고 우연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연은 자신의 삶의 태도가 만들어낸 것이니까 순리와 배려를 따르면 좋은 인연이 되고, 욕심과 독선을 좇으면 나쁜 인연이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