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광장>이 남긴 숙제

by 염홍철


오늘은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제70회 현충일을 보냈고, 6.25 전쟁 75주년도 지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남북 분단과 관련이 있지요. 저는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생 때 최인훈 선생님이 쓴 단편소설 <광장>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소설은 남북 분단 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 분단 현실과 그로 인한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룬 소설이지요.


소설 속에 나와 있는 몇 줄의 어록을 외우면서, 그 뜻을 헤아리느라 심각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나는 영웅이 싫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좋다. 수억 마리 사람 중의 이름 없는 한 마리면 된다. 다만, 나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 등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명준은 남한에서 철학 공부를 하던 이상주의자이자 진보적 지식인인데, 남한 사회의 ‘자유 없는 형식적 민주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월북하고 맙니다. 북한에 도착한 후에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체제’에 다시 실망하고 맙니다. 결국 그는 남과 북 어느 쪽도 자신이 원하는 ‘광장’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제3 국인 중립국으로 망명을 선택하지요. 그러나 제3국행 배 위에서 그는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지며 자살하지요. 그의 이상은 끝내 실현되지 못하는 내용입니다.


<광장>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현실이 인간의 삶과 선택을 얼마나 비극적으로 제약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남과 북의 이념적 대립,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개인의 고독과 좌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상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래서 <광장>은 분단 문학의 정점이라고 평가하는 것이지요.


<광장>은 1960년도에 출판되었는데, 1960년은 4·19 학생혁명이 있었던 해로 정치사적으로는 ‘학생들의 해’이었지만, 문학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광장의 해’라고 할 정도로 <광장>은 전우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품입니다. 1960년은 남한도 세계에서 최빈국 수준이었으며 민주화 수준도 매우 낮았습니다. 따라서 최인훈 선생님은 남북 모두를 ‘완전한 광장’이 되지 못한다고 양비론적으로 비판을 하였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지요. 북한 체제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상당히 성숙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분단 문학의 개척자인 최인훈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광장 2>를 어떻게 집필하셨을지 궁금해집니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지금의 대한민국과 북한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요? 남북의 질적 격차가 크게 벌어진 2018년에 최인훈 선생님은 광장의 숙제를 남기고 작고하셨습니다. 그래서 <광장 2>는 우리가 써야겠지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국립대학 개교 100주년과 100이라는 숫자의 의미